사회 사건·사고

위조 신분증에 속고 초소형 이어폰도 놓쳤다…TOPIK 관리 '구멍'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中 총책 2021년부터 4년간 범행
토픽 6급 대리비 최대 800만원
브로커 2억원·중국 총책 5억원 수익
해외 도주한 전달책 2명 등 추적 중

TOPIK 부정 응시에 사용된 소형 이어폰(왼쪽)과 수신 장비를 귀 뒤에 부착한 착용 예시. 응시자는 시험장 밖에서 전달되는 답안 관련 내용을 이어폰으로 수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TOPIK 부정 응시에 사용된 소형 이어폰(왼쪽)과 수신 장비를 귀 뒤에 부착한 착용 예시. 응시자는 시험장 밖에서 전달되는 답안 관련 내용을 이어폰으로 수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위조 신분증과 초소형 이어폰 등을 이용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대신 치르거나 부정하게 응시한 중국계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지난해 서울 시내 시험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리응시 사건을 추적해 중국 총책과 국내 브로커가 연계된 일당을 검거했다.

2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국내 브로커 A씨(28)를 구속하고 지난 1월 29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대리시험을 의뢰하거나 부정 장비로 시험을 본 101명과 돈을 받고 시험을 대신 치른 11명 등 11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위조 신분증을 사용한 피의자 등에게는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중국에 머무는 총책 B씨와 장비 전달책인 20대 남성 2명은 추적 중이다. 경찰은 전달책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지명수배와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했다. 이들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은 중국 SNS 샤오홍슈에 'TOPIK 고득점'과 '합격 보장' 등을 내걸고 의뢰자와 대리응시자를 모집했다. 의뢰자 인적사항에 대리응시자 사진을 넣은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고, 외모가 비슷하면서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대리응시자로 선발했다.

서울경찰청이 공개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부정행위 조직도. 중국 총책이 국내 브로커와 장비 전달책을 통해 대리시험 의뢰자와 대리응시자를 모집·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이 공개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부정행위 조직도. 중국 총책이 국내 브로커와 장비 전달책을 통해 대리시험 의뢰자와 대리응시자를 모집·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컴퓨터 분야 전공의 브로커 A씨는 자동 로그인과 시험장 선점, 일괄 결제가 가능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험 접수 전 과정을 관리했다.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시험장에서 의뢰자가 원하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대리시험 의뢰자는 시험 등급별로 1인당 1만~3만5000위안, 한화로 약 200만~800만원을 냈다. 대리응시자 11명은 건당 약 80만원을 받고 시험을 대신 치렀다.

일부 응시자는 직접 시험장에 들어가 통신 장비를 사용했다. 시험감독관에게 휴대전화 1대를 제출한 뒤 다른 휴대전화를 옷 속에 숨기고,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과 목 뒤에 착용한 수신기, 초소형 이어폰을 통해 외부에서 불러주는 정답을 들었다.

경찰은 A씨가 약 2억원, A씨가 약 5억원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A씨의 재산 약 1억5000만원은 추징보전했다.

의뢰자들은 부정하게 얻은 성적으로 체류자격을 받거나 대학에 입학·졸업하고 장학금을 받거나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형사처벌 대상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토픽 기출 문제 중 일부. 홈페이지 캡쳐.
토픽 기출 문제 중 일부. 홈페이지 캡쳐.

경찰은 신분증과 얼굴을 비교하는 방식만으로는 위조 신분증과 초소형 장비를 이용한 부정시험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에 관계기관에 생체인식 기반 본인 확인과 금속탐지기 도입, 부정 취득 성적 적발 시 학적·비자 취소 등 행정처분 근거 마련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도 중국 SNS에서 관련 광고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며 "중국 총책과 장비 전달책을 추적하는 한편 유사 범죄에 대한 단속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小红书) 게시된 TOPIK 대리시험 광고. 게시물에는 제108회 시험 의뢰를 받으며 합격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혀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小红书) 게시된 TOPIK 대리시험 광고. 게시물에는 제108회 시험 의뢰를 받으며 합격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혀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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