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짜·베끼기' 특허 출원 싹 잡는다...지재처, '신의성실' 위반 법령 정비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허위명세서 적발시 '전체 무효'...'거짓행위 죄' 형량 대폭 강화
핵심 기술과 무관한 타 분야 기술 단순 결합 출원도 사전 차단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가운데)이 21일 오전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신의성실 원칙 위반 행위 규율을 위한 법령·제도 정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식재산처 제공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가운데)이 21일 오전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신의성실 원칙 위반 행위 규율을 위한 법령·제도 정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식재산처 제공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허위로 실험 데이터를 작성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타인의 발명을 몰래 베껴 특허를 출원하는 등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비정상적 출원 행위에 대해 엄격한 심사와 함께 등록 무효, 형사처벌까지 내려지는 등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다.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은 21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백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신의성실 원칙 위반 행위 규율을 위한 법령·제도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특허 현장에서는 부정하게 특허권을 획득한 뒤 이를 빌미로 소송을 제기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경쟁사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출원 명세서 허위 기재 땐 특허 '전체 무효'

지식재산처는 우선 특허법에 '신의성실 준수 원칙'을 명시적으로 도입한다. 현재는 허위 실험 데이터를 기재해 심사관을 속여 특허를 받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부분만 삭제 혹은 정정해 특허를 유지할 수 있어 사전에 부정 출원을 차단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명세서에 허위 자료가 기재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정정을 불허하고, 해당 특허 전체를 무효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신의성실 위반이 의심되는 출원에 대해서는 거절이유를 통지하고, 출원인이 정당한 출원임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절차도 마련할 계획이다.

'거짓행위의 죄' 형량 강화...징역 5년·벌금 5000만원

기망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한층 촘촘해진다. 현행 특허법상 '거짓행위의 죄'는 처벌 대상이 '특허결정을 받은 자'로 한정돼 있어, 기술을 도용해 출원했더라도 특허결정이 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처는 처벌 대상과 행위 유형을 구체화해 특허결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거짓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조항을 개정한다.

형량 역시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다.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해 부정 출원 시도 자체를 엄단할 방침이다.

'자문형 협업 심사' 도입...직권 무효심판 추진

핵심 기술과 무관한 다른 분야 기술을 무의미하게 결합하는 편법 '꼼수 특허' 방지책도 시행된다. 일례로, 기계 장치에 생소한 화학 코팅 기술을 단순 부가해 심사를 교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기술 분야별 심사관이 함께 심사하는 '자문형 협업 심사'를 추진한다.

만약, 편법 특허가 이미 등록된 경우에는 전문성있는 다른 심사관과 협력해 직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특히 심사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심결취소 소송 대응 주체를 기존 심사관에서 '소송 전문 담당관'으로 변경, 전담 대응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주요국 특허청과 공조 강화

이번 조치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대량으로 자동 생성된 부실 명세서나 기계적인 데이터 조작 출원이 급증하고 있는 산업계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정교해진 AI 도구를 활용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실험 결과나 '하이퍼 파라미터(AI가 학습하기 전 사람이 정해주는 설정값)'를 조합해 출원하는 사례가 늘면서, 특허청의 심사 부담이 가중되는데다 실제 기술 개발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받을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 특허청(USPTO)과 유럽 특허청(EPO) 등이 사기성 특허 출원에 대해 직권 취소 및 형사 고발조치를 확대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지식재산처는 이번 제도 정비가 국내 특허의 신뢰성과 국제적 공신력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은 "최근 기술 범죄가 지능화되면서 심사관의 눈을 속이려는 꼼수 출원 역시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법 정비를 통해 부정한 특허로 부당 이득을 챙기려는 시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우리 기업들이 안심하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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