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실패에 "韓 청년, 2배 ETF로 몰렸다" ... 외신의 진단과 지적
집값에 막힌 청년들…'인생 역전' 찾아 2배 ETF로 증시 과열에 풀린 고위험 상품, 손실 키운 정책 논란 "주식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4주 만에 3억원 증발 늦은 규제에 커진 후폭풍…'정책 실패' 지적 확산
[파이낸셜뉴스]서울 집값 급등으로 정상적인 자산 형성이 어렵다고 느낀 청년들이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로 내몰리고 있다는 외신의 진단이 나왔다.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내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지만, 시장 변동성만 키우고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 외신은 최근 한국 증시의 급등락 과정에서 4주 만에 약 3억원을 잃은 24세 투자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고위험 투자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군 복무 중 모은 20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한 이모씨는 한때 보유 자산을 3억원까지 불렸다. 그러나 반도체주 급락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이 겹치면서 수익은 물론 원금까지 대부분 잃었다.
이씨는 "상실감에 빠졌고 이전처럼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압박을 느낀다"며 "말 그대로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외신은 이 같은 투자 열풍의 배경으로 치솟은 주택 가격을 꼽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직장인 연봉의 약 14년치에 달하면서 청년층이 저축과 근로소득만으로는 주거 사다리에 올라설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한 일부 청년에게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는 선택이 아닌 유일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지면서 대출과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빠르게 확산했다.
이씨도 "부동산을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꼈다"며 "주식 투자가 유일한 구원의 길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외신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금융정책이 청년층의 투기적 수요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전통적인 자산 형성 경로가 막힌 상황에서 정부가 고위험 투자상품의 문턱을 낮춰 위험을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5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대거 상장된 시점에 주목했다. 반도체주 상승 기대가 정점에 달했던 상황에서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 출시되면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빠르게 몰렸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급락하자 레버리지 ETF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면 복리 효과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장기 보유할수록 기초자산 수익률과 실제 투자 성과의 차이가 커지는 구조다.
신용융자 잔액도 위험 수위까지 치솟았다. 국내 증시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달 24일 38조63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식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전체 증권 관련 대출은 5월 말 기준 60조원을 넘어섰다.
증시가 이미 과열된 상황에서 고위험 상품까지 잇따라 허용되면서 가격 변동성이 한층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확산하자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와 판촉 활동을 제한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상품 출시 두 달도 되지 않아 대책을 내놓은 것 자체가 심사와 승인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전에 고위험 상품부터 시장에 내놓고, 손실이 커진 뒤 규제를 강화하는 사후 대응에 그쳤다는 것이다.
한 시장전문가는 "당국이 상품 출시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며 "이번 조치는 이미 드러난 정책 오류를 뒤늦게 바로잡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는 증시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다시 묻고 있다. 집값 상승으로 자산 형성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청년에게 고위험 금융상품을 열어주는 것이 기회의 확대인지,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함정인지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