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최루탄도 못 막은 '바퀴벌레'… 印 모디 3기, 최대 암초 만났다

프라갸 아와사티 기자,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문제 유출' 의대 입학비리 규탄
청년 주도 '바퀴벌레당' 힘얻어
뉴델리 집회 열고 의회로 행진
당국 불법 시위로 규정 금지령
경찰 곤봉 휘두르며 해산 시도
"12년 집권이래 보기 드문 저항"
현지언론, 정치적 시험대 평가

지난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보안 경찰이 의회로 행진하려는 바퀴벌레국민당 지지자들을 막아서며 최루탄을 발사하고 진압봉을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보안 경찰이 의회로 행진하려는 바퀴벌레국민당 지지자들을 막아서며 최루탄을 발사하고 진압봉을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뉴델리(인도)=김준석 특파원·프라갸 아와사티 통신원】 "미국에 있을 때 이 운동은 단순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에 불과해 아무도 거리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전국에서 모인 '바퀴벌레'들이 뉴델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여러분이 죽어가던 민주주의를 오늘 다시 살려냈습니다."

청년층이 주도하는 신생 정치·사회 운동 조직 '바퀴벌레국민당(CJP)'의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는 20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 집회에서 이 같이 외쳤다. 의과대학 입학시험(NEET-UG) 문제 유출 사태와 교육 부정부패에 분노한 수만 명의 청년들이 이날 의회를 향해 행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온라인 풍자 밈으로 시작된 운동이 전국 규모의 정치적 저항으로 확산되면서 출범 3년 차를 맞은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최대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퀴벌레국민당'이라는 당명은 지난 5월 인도 대법원의 수리야 칸트 대법관이 청년 실업자와 활동가들을 '바퀴벌레', '사회적 기생충'에 비유하며 비하한 발언을 풍자하며 탄생했다. 미국 유학 중이던 대학원생 딥케의 소셜미디어 풍자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전국의 청년층을 결집시키는 대중 정치 운동으로 발전하며, 나렌드라 모디 3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가장 강력한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최루탄·인터넷 차단에도 의회로… 시위대와 경찰 유혈 충돌

21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의회 몬순 회기 개회일에 맞춰 시위 금지령(BNSS 163조)을 발령하고 이번 집회를 불법 시위로 규정했다. 뉴델리 도심 일대의 인터넷을 차단하고 주요 도로를 통제했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시위대는 잔타르 만타르 광장에서 출발해 의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고 곤봉을 휘두르며 강제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도 거세게 저항하면서 대규모 충돌이 벌어졌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청년 시위대 수십 명이 머리와 몸 등에 부상을 입었으며 경찰도 118명이나 다쳤다고 발표했다.

CJP는 △환경·교육운동가 소남 왕축의 즉각 석방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 사퇴 △의대 입학 시험 논란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수험생 유가족에게 1000만루피(약 1억5300만원)의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21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소남 왕축이 경찰에 강제 이송된 사건이었다. 그 이면에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NEET 시험 문제 유출과 재시험 파행이라는 근본적인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바퀴벌레' 자처한 청년들… 시험지 유출·실업난이 키운 분노

의대 입학 시험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재시험과 행정 혼선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단 37일 만에 전국적으로 최소 12명의 의대 지망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국가가 공정성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년층의 분노는 교육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불공정에 대한 저항으로 번지고 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대표는 "모디 총리는 인도 역사상 가장 청년 친화적이지 않은 총리"라며 "150건이 넘는 시험 문제 유출로 7500만 명의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정부는 책임자를 처벌하거나 장관을 경질하기는커녕 정의를 요구하는 청년들에게 최루탄과 곤봉으로 답했다"고 비판했다.

폭발적인 분노의 이면에는 인도의 구조적 청년 실업난도 자리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인도의 15~24세 청년 실업률은 16~17% 수준이며, 15~29세 청년층 전체 실업률도 10% 안팎에 달한다. 일부 조사에서는 25세 이하 대졸자의 실업률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정부의 공식 노동력 조사(PLFS)에서도 청년 인구의 4명 중 1명 이상이 취업도, 교육도,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른바 '니트(NEET)'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밈이 현실 정치를 흔들었다"… 모디 3기 최대 정치 시험대

국제사회는 이번 시위를 단순한 교육 시위를 넘어 청년 세대의 구조적 불만이 폭발한 정치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온라인 상의 위트 있는 풍자로 시작된 운동이 수백 만 명의 분노한 청년을 결집시키며 모디 정부에 대한 가장 예상 밖의 정치적 위협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도 이번 시위를 "모디 정부 12년 집권 기간 중 보기 드문 대규모 청년 저항이자 소셜미디어 밈이 현실 정치를 흔든 분기점"이라고 분석했다.

펄 판디아 분쟁지역위기데이터(ACLED) 아시아·태평양 선임분석가는 "이번 시위는 교육 시스템 실패를 넘어 청년들의 경제적 좌절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결합된 결과"라며 "정부가 시위대와 대화에 나서더라도 누적된 청년층의 불만은 향후 모디 정부가 직면할 가장 큰 정치적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위가 열린 이날 의회 안에서도 야당의 거센 항의로 몬순 회기 첫날 일정이 파행을 빚었다. 시위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연방정부는 CJP 대표단과의 공식 면담을 제안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교육 불공정과 청년 실업을 둘러싼 누적된 불만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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