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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후폭풍…기업들 '지분 경쟁' 끝나고 '거버넌스 경쟁' 시작 [fn마켓워치]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상법 개정·3%룰·자사주 소각,'경영권 방어' 공식 바뀐다
기관투자가 표심이 최대 변수…주총 전략도 전면 재편

2026년 주총 주요정관 변경 안건. 얼라이언스 어드바이저 제공.
2026년 주총 주요정관 변경 안건. 얼라이언스 어드바이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상장사들의 경영권 방어 공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최대주주 지분이나 우호지분 확보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이사회 운영과 주주 커뮤니케이션, 기관투자가와의 신뢰 구축이 새로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법 개정과 기업 밸류업 정책,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전략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과 대형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비중도 확대되면서 단순한 지분 경쟁보다 '좋은 지배구조' 자체가 기업가치와 경영권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얼라이언스 어드바이저(Alliance Advisors)가 최근 발간한 '한국 주주행동주의 및 2026년 정기주주총회 분석' 리포트 역시 이 같은 변화를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2026년 주총 시즌이 단순한 의안 통과 여부를 넘어 기업의 자본배분 정책과 이사회 책임성, 주주 소통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대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변화는 '상법 개정'이다.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강화되면서 이사회 의사결정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기주식 의무 소각 등 후속 제도 변화까지 현실화될 경우 기존 경영권 방어 전략은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2026년 정기주주총회는 개정 상법 시행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즌으로 평가된다. 전체 상장사의 84.5%가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하면서, 정관 개정이 최근 수년간 처음으로 가장 빈번하게 다뤄진 주총 안건에 올랐다.

최근 자기주식을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 전략이 사실상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기관투자가 설득과 주주 신뢰 확보에 더욱 많은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행동주의 캠페인이 발생하면 IS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과 국민연금, 대형 자산운용사의 판단이 주총 결과를 좌우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들은 4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177건의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약 200% 증가한 규모다. 과거 해외 헤지펀드 중심이던 행동주의는 최근 얼라인파트너스, KCGI,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국내 운용사들이 주도하면서 보다 장기적이고 지배구조 개선 중심의 캠페인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IB업계에서는 행동주의의 성격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예전에는 행동주의를 적대적 M&A나 배당 요구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는 기관투자가들이 이사회 독립성이나 자본배분 정책까지 함께 평가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주총 직전 대응보다 평상시 지배구조 관리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전했다.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지변호사도 보고서 서문에서 기업들이 주주총회 절차 개선, IR 및 주주 커뮤니케이션 강화, 이사회 운영 투명성 제고, 임원 보수체계 정비, 내부거래 이해상충 관리,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확대가 단순히 기업과 주주의 갈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개인투자자가 1400만명을 넘어선 데다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활동도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앞으로 실적뿐 아니라 지배구조 경쟁력까지 동시에 평가받는 시대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좋은 실적'이 주가를 결정했다면 앞으로는 '좋은 거버넌스'가 프리미엄을 만드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2027년 정기주주총회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첫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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