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에 5448조원 몰렸다" 회사채 시장 '과열' 경고
아마존·엔비디아·메타 공격적 차입
투자자 "더 높은 금리 줘야 산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올해 상반기 전 세계 기업들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3조6813억달러(약 5448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앞다퉈 채권시장으로 몰려든 결과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AI 투자 열기에 과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전 세계 회사채 발행액은 3조6813억달러(약 5448조원)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부터 4년 연속 증가하면서 발행 규모는 1.5배로 불어났다.
반면 발행 건수는 1만408건으로 12% 감소했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잇따랐다는 의미다.
주식과 전환사채(CB)를 통한 자금 조달도 4700억달러(약 696조원)로 2021년 상반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회사채를 포함한 전체 자금 조달 규모는 약 660조엔(약 5995조원)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다.
■아마존·메타·엔비디아, AI 투자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
대규모 회사채 발행은 미국 빅테크가 주도했다.
가장 큰 규모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달러 표시 회사채 368억달러를 발행했고 유로화 표시 채권까지 합쳐 총 540억달러(약 80조원)를 조달했다. 확보한 자금은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와 엔비디아도 각각 250억달러 안팎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영향으로 전 세계 회사채 발행에서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년 만에 30%를 넘어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올해 AI 관련 회사채 발행 규모는 2200억달러(약 326조원)에 달했다. 일본 기업 전체 회사채 발행액(1556억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 기업들도 AI 투자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4월 달러화와 유로화 회사채를 발행해 5700억엔(약 5조2000억원)을 조달했으며 오픈AI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파나소닉홀딩스도 이달 5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회사채를 발행했다.
■BIS "AI 붐 꺼지면 채권시장 흔들릴 가능성"
다만 시장에서는 회사채 공급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마존이 이달 다시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자 아마존을 비롯한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스프레드(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빠르게 확대됐다. 메타 회사채 스프레드도 1.2%대에서 1.4%대로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낮은 금리로는 회사채를 사들이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AI 투자 성과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메타 등 4개 기업의 올해 1~3월 설비투자(CAPEX)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흐름을 넘어섰다. 메타는 올해 설비투자를 최대 1450억달러(약 215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오라클은 지난달 연차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나 고객 수요 부진 등으로 AI 투자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S&P글로벌레이팅스도 AI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을 이유로 오라클의 장기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붐이 꺼질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으며 특히 채권시장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AI 시장은 승자독식 구조"라며 "대기업일수록 자본시장 접근성이 뛰어나 AI 투자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