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샴푸 대신 마트 샴푸가 더 좋다? '탈모 샴푸의' 진실 [김진오의 탈모탈출]
[파이낸셜뉴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느끼면 가장 먼저 바꾸는 것이 샴푸다. 병원을 찾거나 약을 복용하는 일보다 간단하고, 어차피 매일 머리를 감으니 따로 시간을 낼 일도 없다. '모근 강화' '두피 영양' '빠지는 모발 감소' 같은 문구가 적힌 제품을 보면 조금 비싸더라도 한번 써보고 싶어진다. 샴푸 하나로 탈모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보다 편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탈모 샴푸는 탈모 치료제가 아니다. 국내에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되는 제품도 정확히는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이다. 가늘어진 모낭을 다시 굵게 만들거나, 비어 보이는 곳에서 새로운 모발을 자라게 하는 약이라는 뜻은 아니다. '도움을 준다'와 '치료한다'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의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말이다.
탈모 샴푸에는 카페인, 판테놀, 나이아신아마이드, 비오틴, 맥주효모, 펩타이드처럼 그럴듯한 성분이 많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일부는 피지와 각질을 관리하고 모발의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험실 연구에서 모낭세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성분도 있다.
문제는 '좋은 성분이 탈모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느냐'다. 샴푸는 두피에 바른 뒤 몇 분 안에 씻어내는 제품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모낭에 유효 성분이 얼마나 흡수되는지, 충분한 농도로 도달하는지, 실제 모발의 밀도와 굵기를 변화시키는지는 별도의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카페인 샴푸처럼 긍정적인 연구가 발표된 제품도 있다. 다만 연구 규모가 작거나 대조군이 없고, 성분과 농도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약물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의 근거도 부족하다. 의학 논문에서 흔히 쓰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은 대개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탈모 샴푸가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두피의 피지를 씻어내고 비듬과 가려운 증상을 완화하며, 염색이나 펌으로 손상된 모발이 엉키고 끊어지는 것을 막는 것은 샴푸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지루성두피염이나 비듬이 있는 사람은 샴푸를 사용한 뒤 두피가 훨씬 편해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샴푸를 바꾼 뒤 머리카락이 덜 빠진다는 후기도 착각은 아니다. 욕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에는 모낭에서 빠진 것뿐 아니라 끊어진 모발도 섞여 있다. 모발 표면이 부드러워지면 끊어지는 양도 감소한다.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것이 남성형 탈모나 여성형 탈모의 진행을 멈췄다는 뜻은 아니다.
샴푸는 밭을 정돈하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잡초를 치우고 흙 표면을 관리할 수는 있지만 뿌리가 병들었거나 물이 부족한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 남성형 탈모와 여성형 탈모에서는 모낭이 점차 가늘어지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 과정에는 미녹시딜이나 5알파환원효소억제제처럼 효과가 검증된 치료가 효과를 보인다. 갑자기 많은 모발이 빠지는 휴지기 탈모라면 영양 상태, 갑상선 질환, 출산, 수술, 체중 감소 같은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동그란 탈모반이 생겼다면 샴푸를 바꾸는 것보다 진단이 먼저다.
샴푸를 고르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비싼 제품도 필요 없다. 내 두피가 편안한 제품이 가장 좋다. 두피가 예민한 사람은 여러 식물 추출물과 향료가 들어간 고가 제품이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순한 성분을 강조하는 샴푸를 피지가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오후부터 머리가 기름지고 가려워질 수 있다.
'무실리콘' '무설페이트' '천연' '약산성' 같은 표현도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정답은 아니다. 실리콘은 손상된 모발의 마찰과 엉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세정 성분은 두피의 기름과 노폐물을 씻어내기 위해 필요하다. 특정 성분의 포함 여부보다 사용한 뒤 두피와 모발의 반응이 중요하다.
머리를 감은 뒤 두피가 따갑거나 가렵지 않은지, 오후가 되기 전에 지나치게 기름지지 않는지, 모발이 뻣뻣하게 엉키지 않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향과 사용감이 편안하고 계속 구입해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다면 더 좋다. 이 조건을 만족한다면 마트에서 산 평범한 제품도 충분히 좋은 샴푸다. 반대로 사용할 때마다 두피가 붉고 가려운데도 비싼 돈을 주고 샀다는 이유로 끝까지 쓸 필요는 없다.
탈모를 걱정하는 사람은 샴푸에 너무 많은 역할을 바란다. 탈모를 막고, 모발을 굵게 하고, 두피를 건강하게 만들며, 가능하다면 이미 줄어든 머리숱까지 되돌려줄 것이라 기대한다. 몇 분간 머리에 머물렀다가 씻겨 내려가는 제품으로서는 벅찬 일이다.
샴푸는 치료를 대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두피를 깨끗하고 편안하게 유지하고 남아 있는 모발이 덜 손상되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받고, 샴푸는 화장품을 고르듯 선택하면 된다.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외과 대표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