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많이 심는 곳도 의심" 정수리 모발이식의 모든 것 [김진오의 탈모탈출]
[파이낸셜뉴스] 정수리 탈모가 생기면 조금 억울한 구석이 있다. 내 머리인데 내가 가장 늦게 안다. 앞머리는 아침마다 거울로 확인하지만 정수리는 천장 조명이나 누군가 찍어 준 사진이 불쑥 알려준다. 그렇게 내 상태를 알게되면, 비어 보이는 곳에 당장 모발이식을 하고 싶다. 하지만 정수리 모발이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먼저 정수리 모발이식에는 생각보다 많은 모낭이 필요하다. 탈모가 원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탈모 부위의 직경이 조금만 길어져도 수술할 면적은 급속도로 커진다. 직경 8㎝ 원의 면적은 약 50㎠지만 10㎝가 되면 약 79㎠가 된다. 직경은 불과 2㎝ 차이지만 이식해야 할 면적은 절반 이상 커진다.
앞머리에 비해 모발이식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정수리에서 자라는 모발은 가마에서 여러 방향으로 퍼져 나간다. 한 방향으로 모아 덮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밀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식 후에도 모발 사이로 두피가 비쳐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촘촘하게 심는 것이 답은 아니다. 정수리에는 사람마다 고유의 소용돌이가 있다. 시계 방향으로 도는 사람이 있고 반대 방향으로 도는 사람도 있다. 중심이 두 개이거나 탈모가 진행되어 원래 가마를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흐름이 다르다. 흐름을 분석하지 않고 무작정 촘촘하게 채우면 모발이 자랄 때 방향이 어색해진다.
수술을 결정할 때는 탈모 부위의 가장자리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주변 모발이 굵고 탈모 범위가 안정되어 있다면 현재의 빈자리를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그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가장자리의 모발까지 가늘어지고 있다면 탈모 부위 이식으로는 부족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식 부위 바깥쪽 모발이 빠지면 이식 주위 주변에 다시 텅 빈 고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사이 정수리가 빠르게 넓어졌거나 앞머리, 다른 부위의 모발이 함께 가늘어지고 있다면 모발이식보다 약물치료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다. 탈모의 진행을 어느 정도 안정화한 뒤 이식 범위를 정해야 한정적인 모낭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주변에 가늘어진 모발이 많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술하면 모발이식 후 동반탈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만약 앞머리와 정수리가 모두 가늘어졌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뒷머리에서 채취할 수 있는 모낭은 한정되어 있고 한 번 사용한 모낭은 다시 생기지 않는다. 정수리를 높은 밀도로 채우는 데 많은 모낭을 사용하면, 훗날 앞머리가 더 후퇴했을 때 필요한 양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앞머리와 윗머리를 먼저 고려한다. 정면에서 보이는 부분이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뒤로 뻗는 모발이 넓은 범위를 덮어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앞머리는 안정되어 있고 정수리에만 탈모가 진행되고 있으며 공여부도 충분하다면 정수리부터 수술할 수 있다. 나이만으로 순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탈모의 진행 속도와 공여부의 밀도, 모발의 굵기를 함께 봐야 한다.
상담에서 '3000모'라는 설명을 들었다면 머리카락 3000가닥을 뜻하는지, 3000개의 모낭 단위를 뜻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모낭 단위에는 한 가닥만 들어 있을 수도 있고 두세 가닥이 함께 들어 있을 수도 있다. 같은 3000모라도 그 단어에 따라 실제 이식량이 크게 달라진다.
종합하자면 정수리 모발이식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비어 있는 곳을 무조건 채우는 것이 아니다. 탈모가 조금 더 진행되더라도 어색해지지 않고, 필요할 때 앞머리와 윗두피를 보완할 여유까지 남겨 두는 것이 좋은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모발이식에서 얼마나 심을지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수술 후 공여부에 얼마나 여유가 남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진오 뉴헤어모발성형외과 대표원장
[email protected]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