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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값 6배 급등에 완성차업계 "신차 가격 인상 불가피"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AI 수요에 D램 가격 1년 새 6배
메모리 생산능력 AI용으로 집중
GM·포드 등 장기 공급계약 확보
원가 부담 커져 신차값 인상 압박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6 디트로이트 모터쇼 미디어데이에 전시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6 디트로이트 모터쇼 미디어데이에 전시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신차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23일 보도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AI용 고성능 제품에 집중하면서 자동차용 D램 공급이 줄고 가격은 1년 새 6배 뛴 영향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관세 영향을 제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5억~20억달러(약 2조2000억~2조9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2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비용 부담이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구체적인 비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D램 가격 급등을 꼽았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AI 수요 확대 여파로 D램 가격은 지난 1년간 약 6배 올랐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난 점도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스마트 콕핏, AI 챗봇 등 전장 기능이 확대되면서 차량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D램 수요에서 AI가 차지한 비중은 32%였지만 2028년에는 48%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자동차용 수요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지만 AI와 데이터센터가 전체 공급의 절반을 가져가면 다른 산업의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공급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AI용 고성능 반도체에 집중하면서 자동차용 메모리 공급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일본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구매 담당자는 "전 세계 메모리 생산량은 늘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로는 물량이 거의 넘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들은 내년 이후 공급난에 대비해 장기 계약 확보에 나섰다. GM과 포드는 이달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덴소와 아스테모를 포함한 자동차부품업체 7곳도 지난주 마이크론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

중국 자동차업계의 부담은 더 크다. 중국 화위안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산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비용은 70달러(약 10만3000원)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차량의 약 30달러(약 4만4000원)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스마트 콕핏과 AI 챗봇, 첨단 운전자보조 기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메모리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동차용 메모리는 여전히 한국과 미국 업체 의존도가 높다. 안전성 검증에도 2~3년이 걸려 단기간에 공급망을 전환하기 어렵다.

장싱하이 세레스그룹 회장은 지난달 "메모리 가격 급등이 자동차업계의 최대 과제"라며 "자동차용 메모리 가격이 최근 5배나 올랐다"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지난 5월 차량과 별도로 판매하는 운전자보조 기능 가격을 20% 인상했다. BYD는 "세계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 속에서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가격 경쟁을 주도했던 BYD마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한국에서도 공급망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 23곳에 자동차용 반도체 국산화와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협력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경우 완성차업체들이 결국 신차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GM은 올해 북미 신차 판매가격이 평균 0.3%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의 보합 또는 0.3% 하락 전망에서 상향 조정했다. 2028년 이후에는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대신 가격 전가가 상대적으로 쉬운 대형 가솔린 차량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신차 가격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평균 신차 가격은 4만8000달러(약 7072만원)로 2019년보다 약 30% 올랐다. 반면 2만5000달러(약 3600만원) 이하 신차 비중은 2019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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