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대화록 몰래 썼다"…정부, 애플 '시리' 무단 활용에 과징금
개인정보위, 애플에 과징금 2억 5200만원 및 시정명령 의결 이용자 동의 없이 '시리' 음성 녹음·전사문 서비스 개선에 활용 美 집단소송 계기로 국내 조사 착수…적법 절차 빠진 채 국외 이전도 적발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애플이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를 통해 수집한 이용자의 목소리와 대화 기록을 동의 없이 서비스 개선에 썼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 보호법 등을 위반한 애플에 과징금 2억5200만원과 시정명령을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애플은 2019년 8월까지 음성 비서 '시리' 이용 과정에서 수집된 음성 녹음과 전사문(음성 녹음을 문자로 변환한 데이터)을 별도 동의 없이 서비스 개선에 활용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시리에 날씨나 일정을 물어보면 해당 음성과 이를 문자로 변환한 기록이 남는다. 애플은 이 데이터를 음성 인식률을 높이고 검색 결과를 고치는 데 몰래 썼다.
이번 조사는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이 계기가 됐다. 애플은 지난해 1월 미국 내 소송을 끝내기 위해 9500만 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합의에 응했다. 개인정보위는 이 소식을 접한 뒤 국내 실태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애플은 2019년 10월부터 음성 녹음 활용에 대해서는 동의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성을 문자로 바꾼 전사문은 여전히 적법한 근거 없이 서비스 개선에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외 이전 관련 위반도 확인됐다. 애플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미국 애플 본사 등 계열사에 국외 이전하면서 이전 개인정보 항목, 이전받는 자의 이용 목적, 보유·이용 기간 등을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충분히 기재하지 않았다.
다만 애플은 조사 과정에서 전사문 수집·이용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개정하는 등 일부 위법 사항을 시정했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애플 아일랜드 법인 'ADI'에 과징금 2억5200만원, 싱가포르 법인 'ASPL'에는 국외이전 현황 점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처분 사례에 대해 글로벌 기업이 서비스 개선 목적이라 하더라도 이용자 음성 정보와 전사문을 활용하려면 적법한 근거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음성 데이터는 이용자가 수집 여부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전사문 역시 개인이 말한 내용이 문자화된 정보라는 점에서 투명한 고지와 선택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처분에 대해 해외 사업자도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처리 투명성 확보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경고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 국외 이전은 단순히 개인정보의 물리적 국경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법의 법적 관할이 미치지 않아 보호 수준이 담보되지 않는 범위로의 이전을 뜻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계열사 내 이전이거나 같은 국가 내 이전이라도 국외 제공·처리위탁·보관 등이 이뤄지는 경우 관련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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