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면 태운다"던 명품 브랜드, EU 규제에 제동 걸렸다 [명품價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가 미판매 제품 폐기를 금지하는 규정 시행에 들어가면서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미판매 제품을 폐기해왔던 명품 업계가 재고 처리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일 연합뉴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는 19일(현지시간) 미판매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을 폐기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24년 7월 도입된 EU의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따른 것으로, 과잉 생산을 줄이고 섬유 폐기물을 억제하려는 취지다.
새 규정에 따라 유럽 대기업들은 팔리지 않은 상품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대신 할인 매장이나 대체 유통망에 재판매하거나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폐기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제품에 안전 결함이 있거나 파손됐을 때,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상품일 때, 기부하려 했으나 자선단체가 인수를 거부했을 때 등으로 제한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업들은 매년 미판매 재고 발생 규모와 폐기 내역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이는 예외 규정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중견기업들에는 4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져 오는 2030년부터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각국 정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으며, 당국의 점검에 대비해 관련 기록을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 출시된 전체 의류 제품 중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 폐기되는 제품은 매년 약 4~9%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매년 약 560만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환경단체 등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동안 브랜드의 가치를 지킨다는 이유로 공급량을 제한하고, 재고 상품을 대거 소각·매립해온 명품 업체들은 이번 규제를 계기로 오랜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mail protected] 김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