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최초 승조원 전투실험 돌입" 인구절벽 맞선 '로봇 조타수' 띄웠다
해군·KAIST 협업,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 활용해 함교 조함 명령 수행 성공
해군, 휴머노이드 승조원 첫 적용…육상 시뮬레이션 거쳐 야간·장기 항해 확장
'대규모 언어모델' 탑재로 당직사관 지시 복명복창, 협수로·악기상 등 한계 검증
[파이낸셜뉴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 자원 급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이 사람이 아닌 '로봇 승조원'을 실제 함정에 배치하는 국방 혁신 전투실험에 돌입했다.
해군 함교 당직사관의 침로 변경 명령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복명복창하며 조타기를 직접 조작하는 휴머노이드 인간형 로봇 승조원이 국내 기술로 개발되어 첫 실전 실험을 마쳤다.
23일 해군은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손잡고 함정의 방향을 잡는 타수 업무를 로봇이 수행하는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을 최초로 전개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해군이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병역 자원 감소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에 나선 것이다.
실험을 주관한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 김형준 준장은 "이번 실험은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함정 조함을 로봇이 오차 없이 수행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첫 단추"라며 "병역 자원 급감과 기술 발전 등 급변하는 국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의의를 전했다. 연구책임자인 심현철 KAIST 교수 역시 인간형 로봇의 해군 조타 업무 수행 가능성을 입증한 것에 깊은 뜻을 부여했다.
이번 전투실험은 해군이 핵심 군사전략으로 추진 중인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Navy Sea GHOST)'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갈수록 심화되는 인구절벽 환경 속에서 함정 내 유·무인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현존 승조원들의 경계·작전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실험의 주인공은 KAIST 심현철 교수 연구팀이 피지컬 AI 기반으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다. 해군과 KAIST는 파이봇이 인간 당직사관의 복잡한 함정 조함 명령을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문장 맥락을 파악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인공지능 기술을 이식했다.
이날 1단계 육상 조함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당직사관이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라고 구두 명령을 내리자, 파이봇은 실제 승조원과 동일하게 명령을 복창한 뒤 타기를 직접 조작했다. 이어 함정 침로가 목표치에 도달하자 "330도 잡기 끝!"이라며 완료 보고를 마치는 등 실제 조타수와 다름없는 복명복창 절차를 완벽하게 이행했다.
특히 이번 실험은 단순 항해 상황에 그치지 않고 방향 전환이 까다로운 협수로, 강한 파도로 침로가 계속 흔들리는 악기상 상황, 야간 항해 등 해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극한의 가상 시나리오를 부여해 파이봇의 대응 능력을 검증했다.
정부와 군은 이번 육상 시뮬레이션(1단계) 결과를 바탕으로 반응 시간과 조타 적절성 데이터를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이후 정박 함정 실험(2단계), 주간 항해(3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주·야간 장기 항해(4단계)까지 단계를 끌어올려 실제 해상 운용에 필요한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파이봇 개발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미래도전 국방기술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며, 방위사업청이 57억 원의 재원을 출연해 지난 2022년부터 연구가 이어져 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