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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낮엔 쇠소리, 밤엔 네온사인.. 2030·외국인 홀린 '힙지로·익선동' <서울 외식상권 지각변동>

김서연 기자,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13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거리가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지난 13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거리가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익선동 야장 포차거리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익선동 야장 포차거리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에 장마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골목길. 낮 시간대 을지로는 붉게 녹슨 셔터 문 사이로 쇠를 깎는 기계음과 매캐한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거친 일터다. 투박한 작업복을 입은 기술 장인들 사이로, 스마트폰 맵을 보며 좁은 골목을 기웃거리는 20대 대학생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2030 매료시킨 을지로·익선동 골목길
하지만 해가 저물고 철공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낮 시간대 어두컴컴한 느낌은 사라지고, 매장들은 저마다 2030세대 손님 맞이에 분주해진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낡은 건물들의 조합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힙지로(힙+을지로)'라는 별명을 얻은 을지로 답게 야장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1층에 위치한 포차와 가게들은 어두운 조명과 음악 소리로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일부 매장들은 30분 이상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는 "을지로 상권은 낮의 투박함과 밤의 화려함이 공존하는 '반전 매력'이 특징"이라며 "낡은 간판이나 허름한 외관 속에서 숨겨진 핫플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종로구 익선동 골목 역시 한국 관광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과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로 북적였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낡은 건물의 처마가 이어졌지만, 그 속에는 옛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날 익선동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츄마씨는 "요즘 SNS에 명동과 함께 들러야 할 곳으로 익선동이 떠오르고 있다"며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되자, 각 포차에서 야장 테이블을 설치하고,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퇴근 후 회포를 풀려는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익선동 포차 거리를 찾은 류모씨는 "인근에 직장이 있어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방문했다"며 "날씨가 덥지만 야장이 큰 인기인 만큼 방문했다"고 말했다.

■노년층 아지트에서 '핫플' 성지로.. 식품업계, 新 격전지
인근에 탑골공원과 낙원상가가 위치해 중장년층·노년층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알려져 있던 종로3가와 을지로 일대는 엔데믹 이후 2030세대에게 야장 인기 장소로 꼽히며 날개짓을 하고 있다. 광화문, 경복궁 등 업무지구와 가깝고, 저녁이 되면 차량 운행이 통제돼 온전히 야장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인기 상권으로 발돋음 했다.

익선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야장에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늘어나면서 공실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선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주말만 되면 익선동 감성 카페를 즐기러 온 사람들부터 야장을 즐기러 온 사람들까지 다양하다"며 "그나마 지금은 더운 여름이라 사람이 없는 편인데 봄, 가을 저녁에는 사람이 가득 찬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이 신흥 외식 상권으로 급부상하면서 식음료 업계의 치열한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매장을 낼 만한 공간적 여유가 없는 탓에, 기업들은 기간 한정 '팝업스토어'를 통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오비맥주의 카스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성수기를 겨냥해 을지로 한 골목길의 매장에서 단체 관람 응원인 뷰잉펍을 개최했고, 삿포로맥주는 지난 1월 이곳에서 '겨울이야기' 팝업을 운영했다. 대상은 지난해 여름 익선동에 '조선 스키피'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떤 공간에 사람이 모이려면 볼거리가 많아야 하는데, 공간 밀도가 높은 이들 지역은 골목이 좁아 다양한 볼거리는 물론, 사람이 많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며 "도심 지역과 가까워 퇴근 후 이동하기 편한 것도 이 지역이 가진 매력"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서연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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