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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규제, 이제 풀어줄 때

파이낸셜뉴스
이정화 생활경제부
이정화 생활경제부

대형마트가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이 있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려면 주말마다 차를 몰고 대형마트를 찾던 때다. 당시 대형마트는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공룡'으로 불렸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도 이런 인식 속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의 유통시장은 당시와 전혀 다르다. 소비의 중심은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 일상이 됐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에도 소비자는 전통시장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찾는다. 규제가 소비를 골목상권으로 돌려놓기보다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규제가 없었다면 골목상권의 위축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규제 도입 이후에도 전통시장 매출 비중이 반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최소한 '규제가 의도한 효과를 내고 있는가'는 다시 물어야 할 때다.

백화점 역시 한때는 성장의 한계가 뚜렷한 채널로 평가받았다.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데다 해외 진출도 쉽지 않아 장기적으로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함께 명품·프리미엄 매장을 앞세운 리뉴얼 전략으로 다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K컬처 확산과 환율효과 같은 외부 요인뿐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사례는 유통채널의 경쟁력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함께 보여준다. 어제의 강자가 오늘도 강자라는 보장은 없고, 한때 성장성이 없다고 평가받던 채널도 환경 변화에 따라 다시 기회를 얻는다. 그런데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10여년 전 시장 구도에 머물러 있다. 대형마트 규제완화를 기업 특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같은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특정 업태에만 영업시간과 휴업일을 강제하는 것이 공정한지 따져봐야 한다.

전통시장을 살리는 일은 중요하다. 다만 대형마트의 문을 닫게 하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 해법인지는 별개다. 시장 변화와 소비자의 선택을 외면한 규제는 보호하려는 대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의무휴업일을 획일적으로 강제하기보다 지역·상권 단위로 자율성을 부여해 대형마트도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통 환경이 달라졌다면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 대형마트를 과거의 '강자'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변화한 유통 현실에 맞는 규제체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mail protected]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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