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신용으로 본주 살걸"…시간이 적이 된 레버리지 개미들 [증시는 왜]
[파이낸셜뉴스] "차라리 종목을 신용으로 샀어야 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본주는 주가가 다시 오르면 회복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데 레버리지는 시간이 갈수록 계좌가 눈 녹듯 녹는 느낌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한 개인투자자의 말이다. 주가 하락 때마다 반등을 기대하며 보유했지만 예상과 달리 손실 폭이 빠르게 커지면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 하락 못지않게 '시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본주처럼 버티다 보면 언젠가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주식이 이전 가격을 되찾더라도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체감하면서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장기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아니다.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매일 목표 배율이 재설정된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수익률 확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누적 수익률이 기초자산의 단순 수익률 2배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간단한 계산으로도 차이는 드러난다. 기초주식이 100에서 20% 하락해 80이 된 뒤 이튿날 25% 올라 다시 100을 회복했다고 가정하면,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100에서 40% 하락한 60이 된 뒤 50% 상승해도 90에 그친다. 기초주식은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지만 레버리지 상품에는 10% 손실이 남는다.
여기에 손실률 자체가 커질수록 원금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도 가파르게 높아진다. 20% 손실은 25%, 50% 손실은 100%, 60% 손실은 150%의 상승률이 필요하다. 이는 일반 주식에도 적용되는 산술적 특성이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일간 재조정에 따른 복리 효과까지 더해진다. 결국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다시 전고점을 회복한다고 해서 해당 레버리지 ETF 역시 이전 가격으로 돌아온다고 단순 계산하기 어렵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뒤늦게 이 같은 구조를 체감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투자자는 "처음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결국 다시 오를 것이라는 생각만 했지, 오르내리는 과정 자체가 수익률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가 방향만 맞히면 되는 상품으로 생각한 게 가장 큰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신용으로 본주를 사는 게 낫다"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다만 신용거래 역시 이자 부담과 담보비율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위험이 있어 레버리지 ETF보다 안전한 투자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이런 표현까지 꺼내는 것은 레버리지 ETF의 위험을 '두 배 오르고 두 배 떨어지는 상품' 정도로 받아들였다가 실제 손실 과정에서 복리 효과와 변동성의 영향을 뒤늦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문제는 상품 규모가 이미 빠르게 불어났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5월 27일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11조9000억원으로 두 달도 되지 않아 2.7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했다. 단일종목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금지하는 한편,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투자자 사전교육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이미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진입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높은 변동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기초자산의 향후 방향뿐 아니라 그곳까지 가는 '경로'가 최종 수익률을 좌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주가가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오르느냐가 아니다"며 "같은 가격까지 가더라도 어떤 등락 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누적 수익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두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