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복'까지 접수했다..K팝 흥행 불패 '스쿨룩'의 비밀 [트렌드레시피]
[파이낸셜뉴스] 검은색 스탠드칼라 재킷에 금빛 단추를 채운 NCT WISH 멤버들이 교실에 모였다. 지난 15일 발매한 일본 싱글 'YO-I-DON! / BOY MEETS GIRL'에서 선보인 일본 남학생 교복 '가쿠란' 차림이다. 가쿠란의 두 번째 단추에는 그룹을 상징하는 별이 새겨졌다. 일본에서 졸업식 날 교복의 두 번째 단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문화를 의상에 반영한 것이다.
칠판과 책상, 체육관을 배경으로 한 영상에는 일본 청춘 영화 같은 분위기가 담겼다. 데뷔 이후 소년미와 청량함을 내세워온 NCT WISH의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졌다. 한국식 재킷과 넥타이 대신 일본에서 익숙한 가쿠란을 선택해 현지 학창 문화를 그룹의 콘셉트에 녹였다.
교복은 K팝에서 가장 오래 반복된 콘셉트 중 하나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인 아이돌이라면 한 번쯤 교복을 입고 교실이나 운동장에 선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첫 만남과 짝사랑, 우정과 성장이라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량 콘셉트가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교복을 활용한 '스쿨룩'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보이그룹의 교복 콘셉트는 시대가 원하는 '소년성'을 각기 다르게 그려왔다. 과거에는 반항과 거친 에너지를 드러내는 장치였다면, 이후 풋풋한 성장과 설렘을 거쳐 최근에는 청량한 청춘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2013년 8월 엑소는 '으르렁'에서 셔츠를 풀어 입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채 강렬한 군무를 선보이며 반항적인 학생 이미지를 완성했다. 방탄소년단도 2014년 2월 '상남자'에서 교복을 활용해 사랑 앞에서 거칠고 서툰 십대의 모습을 표현했다.
분위기는 2015년 9월 세븐틴의 '만세'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학교에서 한 소녀를 좋아하게 된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교복의 의미를 반항에서 풋풋한 설렘으로 옮겼다. NCT DREAM은 2017년 '마지막 첫사랑'과 'We Young', 2018년 'We Go Up' 등을 통해 교복을 실제 멤버들의 성장 과정과 연결했다.
최근 교복 콘셉트의 중심에는 청량함이 자리 잡았다. 투어스(TWS)는 2024년 1월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에서 처음 말을 거는 순간의 어색함과 설렘을 앞세워 '보이후드 팝'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NCT WISH의 가쿠란은 이처럼 청량한 소년성을 강조하면서도 교복 콘셉트의 무대를 일본으로 확장한다. 일본 학창 문화를 상징하는 가쿠란을 택하고 두 번째 단추에 별을 새겨 그룹의 정체성을 더했다. 반복해서 등장해 온 교복이라는 소재를 활동 지역의 문화와 결합해 새롭게 변주한 사례다.
걸그룹에게 교복은 오랫동안 청순함과 풋풋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상으로 활용됐다. 소녀시대는 2007년 8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 활동에서 흰 셔츠와 플리츠스커트 등 교복을 연상시키는 단정한 스타일링으로 소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여자친구는 2015년 1월 데뷔곡 '유리구슬'에서 교복과 체육관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후 '오늘부터 우리는'과 '시간을 달려서'까지 학교와 성장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파워청순'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뉴진스도 교복 스타일을 꾸준히 활용했다. 2022년 12월 공개한 'Ditto'에서는 교복을 입고 학교 복도와 체육관을 오가며 자연스러운 학창 시절 분위기를 연출했다. 2024년 4월 공개한 'Bubble Gum'에서는 흰색 반소매 셔츠와 네이비 반바지를 조합한 여름 교복 스타일로 청량함을 강조했다. 전형적인 체크무늬 치마와 넥타이에서 벗어나 일상복처럼 편안하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2025년 2월 데뷔한 하츠투하츠도 같은 해 10월 발표한 'FOCUS'에서 회색 교복 스타일을 선보였다. 단정하게 맞춰 입은 스쿨룩에 절도 있는 군무를 결합해 청순함보다는 세련되고 당당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같은 교복도 그룹의 음악과 스타일링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돌이 반복해서 교복을 찾는 이유는 전달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교복과 교실만 등장해도 멤버들의 관계와 곡의 배경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입학과 졸업, 첫 만남과 이별 등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같은 형태의 옷은 그룹의 통일감을 살려주는 동시에 넥타이와 배지, 카디건 등 작은 차이로 멤버별 개성을 보여주기에도 유리하다. 사진과 짧은 영상이 중심이 된 아이돌 홍보 환경에서도 한눈에 콘셉트를 전달할 수 있다.
교복은 같아도 그 안에 담기는 청춘의 모습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엑소가 반항적인 학생을, 여자친구가 힘차게 달리는 소녀를 보여줬다면 TWS는 첫인사를 앞두고 머뭇거리는 소년을 그렸다. NCT WISH는 가쿠란과 두 번째 단추 문화를 활용해 일본의 첫사랑 감성을 소환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청춘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교복 콘셉트는 K팝의 대표적인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email protected] 이정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