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카페 사장' 행세...전 직장동료 등친 8천만원 사기의 전말 [사기꾼들]
"카페 개업하면 갚겠다" 전 직장동료 속여 8000만원 편취 공사비 대신 보증금·기존 채무 변제...法 "사기 혐의 인정"
[파이낸셜뉴스] "카페 사업이 잘되고 있어. 새 지점만 문을 열면 돈은 바로 갚을 수 있어."
송모씨(43)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9월 초까지 전 직장 동료 A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서울에서 이미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추가 지점의 인테리어 공사까지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송씨는 새로 문을 열 카페의 건물주가 인테리어 공사비를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사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당장 돈이 부족해졌다며 A씨에게 손을 벌렸다. 그는 "돈을 빌려주면 카페를 개업한 뒤 2023년 2월까지 이자 680만원을 더해 갚겠다"고 약속했다. 새 지점 개업에 차질이 생겨도 자신이 운영하던 다른 카페 두 곳을 정리해서라도 돈을 갚겠다는 말까지 했다. 피해자는 카페 사업을 운영해온 송씨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송씨가 내세운 '잘나가는 카페 사업'의 이면에는 여러 채무와 미납금이 쌓여 있었다.
피해자는 2022년 9월 8일 송씨 명의 계좌로 80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 돈은 송씨가 설명한 인테리어 공사비로 사용되지 않았다.
송씨는 피해자에게 받은 8000만원을 새 카페의 임대차보증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건물주로부터 인테리어 공사지원금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지만, 이 돈 역시 카페 공사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법원은 송씨가 공사지원금 1억원을 자신의 기존 채무를 갚거나 다른 가게의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새 카페의 인테리어 공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건물주와 맺은 임대차계약도 합의 해지됐다.
당시 송씨는 금융기관과 개인 등에게 이미 다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송씨가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보증금으로 건물주에게 지급한 뒤 공사지원금을 돌려받아 기존 빚을 막을 생각이었던 것으로 봤다.
인테리어 공사가 사실상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계약까지 해지된 만큼 새 카페를 운영해 수익을 내고 피해자에게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송씨는 재판에서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가 자신의 변제 능력을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 사업에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에게 받은 8000만원을 새 카페 임대차보증금으로 사용한 만큼 돈을 약속과 다른 용도로 쓴 '용도 사기'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돈을 빌릴 당시에는 충분히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지만, 이후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겹쳐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을 뿐이라는 주장도 폈다. 새 카페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추가 공사비가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건물주와 협의 끝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물주 측 직원의 법정 증언은 달랐다. 이 직원은 송씨가 인테리어 업체와 논의했지만 자신이 원한 콘셉트와 맞지 않는 방향을 제시해 미팅이 여러 차례 무산됐다는 말만 했을 뿐 공사비가 너무 많이 들어 사업성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송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송씨는 피해자에게 새 카페를 열지 못하더라도 기존에 운영하던 카페 두 곳을 처분해서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송씨가 운영하던 카페 가운데 한 곳은 피해자로부터 8000만원을 받은 지 약 한 달 만인 2022년 10월 14일 폐업했다. 송씨는 이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피해자는 돈을 돌려받기로 한 2023년 2월 무렵에야 해당 카페가 이미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피해자는 수사기관 조사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송씨가 카페 인테리어 비용으로 쓴다고 해 돈을 빌려줬다" "카페를 열어 운영한 수익으로 돈을 갚겠다고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범행의 주요 부분에서 대체로 일치하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인 데다 진술 자체에 모순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송씨는 피해자가 높은 이자를 노리고 사업에 투자한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돈의 성격이 '투자'가 아닌 '대여'라고 일관되게 밝혔다. 송씨 역시 피해자에게 세 차례에 걸쳐 차용증을 작성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고율의 이자를 약정했다는 사정만으로 8000만원을 투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며 송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씨의 경제 사정도 법원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송씨와 함께 주점을 운영했던 한 증인은 법정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송씨의 채권자들이 가게로 찾아온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송씨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기 전인 2022년 6월부터 기존 카페 두 곳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4대 보험료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하면 송씨가 돈을 빌릴 당시 이미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였고, 특별한 재산이나 구체적인 변제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이준구 판사)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송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판결은 지난 14일 내려졌다.
재판부는 송씨가 피해자를 속여 차용금 명목으로 8000만원을 받아낸 범행의 경위와 수법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송씨가 법정에서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피해 금액이 적지 않은 점,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은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꼽았다. 피해자도 송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다만 송씨가 피해자에게 2870만원을 갚아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송씨에게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벌금형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송씨가 갚은 돈을 제외하면 피해자가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5130만원에 달한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