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 성장전략, 경제학자 66% "현실성 없다"
다카이치 성장전략에 경제학계 '부정적'
재정목표 달성 '어렵다' 70%·성장전망 '비현실적' 66%
370조엔 투자 효과 긍정은 14%뿐
韓 포함 해외 사례도 재정경고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최근 발표한 성장 전략인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골태방침)'에 대해 경제학계가 사실상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경제학자 10명 가운데 7명은 정부가 내건 재정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평가했고 핵심 정책인 370조엔(약 3308조원) 규모의 관민 투자 역시 절반 가까이가 민간 투자를 끌어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초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장기금리가 급등한 '골태 쇼크'가 일시적 시장 반응이 아니라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으로 부채 줄인다? 경제학계 "현실성 부족"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일본경제연구센터가 24일 경제학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코노믹스 패널'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골태방침에서 제시한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안정적으로 낮추겠다'는 목표에 대해 응답자의 70%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달성하기 어렵다'가 50%, '전혀 불가능하다'가 20%였으며 가능하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다카이치 내각은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기술 등 전략산업 17개 분야에 2040년까지 370조엔을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국가채무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대신 그동안 재정운영의 기준이었던 기초재정수지(PB)는 '단년도 흑자를 기계적으로 추구하지 않는다'며 재정건전성보다 성장에 무게를 실었다.
경제학계는 성장보다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일본의 국가·지방정부 채무는 GDP의 190%를 웃도는 주요7개국(G7) 최고 수준이다. 오사카대의 은치 가즈키 교수는 "정부 지원으로 국가채무는 늘어나지만 성장 효과는 불확실하다"며 "GDP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각부도 투자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2030년 전후부터 부채비율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전망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5년 평균 0.4%에 그쳤지만 정부는 2031년 이후 1%대 중반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66%는 이를 비현실적으로 평가했다. 토론토대의 이가미 미쓰루 준교수는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투자 계획을 근거로 재정규율을 완화하면 오히려 재정 악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370조엔 투자도 "민간 못 움직인다"
이번 성장전략의 핵심인 370조엔 규모의 관민 투자 계획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의 44%는 "민간 투자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특정 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보다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국채 발행 확대가 금리 상승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크라우딩 아웃'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본은 일본은행(BOJ)의 금리 정상화와 국채 매입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심각한 인력난까지 겹쳐 대규모 투자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금융시장에 반영됐다. 지난달 말 골태방침 초안이 공개되자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엔화는 달러당 160엔대를 넘어서는 약세를 보이며 '골태 쇼크'가 나타났다.
■해외 사례가 보여준 재정 딜레마 "韓도 장기금리 상승세"
닛케이는 일본이 해외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2022년 대규모 감세 발표 이후 금융시장 혼란 속에 정책을 철회했고, 이탈리아도 확장 재정 때마다 국채금리 급등을 반복했다. 한국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전국민 지원금 등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대로 아르헨티나는 정부 지출을 30% 줄이는 강도 높은 긴축으로 물가상승률을 300% 수준에서 30%대로 낮추고 재정수지를 개선했지만 빈곤율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대가를 치렀다.
닛케이는 "일본은 성장과 재정건전성, 민생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시대에는 디플레이션 시기와 다른 수준의 재정규율과 시장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