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보험 AI…잠재력 높지만 활용은 '제자리'
[파이낸셜뉴스] 보험업권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 업무 104개 가운데 AI 활용이 가능한 업무는 83개지만 실제 AI가 충분히 활용되는 업무는 8개에 불과했다. 기술적 가능성과 현장 도입 사이에 'AI 실행 격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이 26일 내놓은 '보험업의 AI 실행 격차: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있나'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 관련 직업의 AI 잠재노출도는 0.49~0.54로 전체 923개 직업의 중앙값(0.31)을 크게 웃돌았다. 잠재노출도는 AI 활용시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50% 이상 줄일 수 있는 업무의 비중을 뜻한다.
하지만 실제 활용 수준을 나타내는 관측노출도는 자동차 손해사정을 제외하면 0.054~0.319에 그쳤다. 실제 AI가 처리하는 업무 비중이 5.4~31.9%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AI가 바꿀 수 있는 업무 범위와 현장 활용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직업별로는 보험설계사의 AI 활용 수준이 가장 높았다. 보험설계사는 잠재노출도 0.53, 관측노출도 0.319로 전체 756개 직업 중 상위 8%에 들었다. 맞춤형 보험 설명, 상담 준비, 문서 작성 등 언어 기반 업무를 중심으로 AI 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리사는 잠재노출도가 0.537로 보험 관련 직업 가운데 제일 높았지만 관측노출도는 0.054에 그쳤다. 보험료율 산출, 책임준비금 계산, 위험률 분석 등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업무가 많지만 데이터 보안과 내부 시스템 연계, 검증 절차 등의 제약으로 활용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보험금 청구·계약 처리 사무 분야는 관측노출도 0.147로 상대적으로 높은 활용 수준을 보였다. 계약서류 검토, 기록 관리, 서식 처리 등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중심으로 AI가 활용되고 있고, 보험금 지급 결정, 인수 심사, 손해 사정 등 최종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업무에는 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보험업에서 AI 확산이 더딘 이유는 상당수 업무가 생성형 AI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04개 보험 관련 업무 중 전문가 평가 기준으로 57%는 계약관리 시스템, 고객 데이터베이스 등 사내 시스템과 연계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간접노출(E2)' 업무로 분류됐다.
시스템 결합이 필요한 E2 업무 59개 중에서 실제 AI 활용이 확인된 업무는 2개에 그쳤다. 단순히 AI 모델을 도입하는 것 만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보험사의 데이터와 업무 시스템을 AI 활용 환경에 맞게 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송 연구위원은 AI 실행 격차의 원인으로 AI 모델의 신뢰성 한계, 규제와 책임 문제, 내부 시스템 연계 부족, 인간 검증 절차 등을 제시했다. 보험금 지급과 인수 판단 등 고객 재산과 직결되는 업무가 많은 보험업 특성상 AI가 최종 의사결정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의 판단을 지원하는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업의 AI 활용은 어떤 모델을 도입하느냐보다 실제 업무에 AI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중요하다"며 "정형·반복 업무부터 활용 경험을 쌓고, 데이터와 시스템 연계, 임직원 AI 활용 역량 강화, 오류와 책임 문제를 관리하는 거버넌스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홍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