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숫자 마사지'하며 투표율 조작 정황…혐의 처벌 수위는
선관위 직원, 투표율 오기입 숨기려 허위 수치 입력 공전자기록위작 혐의 최대 징역 10년 법조계 "공선법 적용은 추가 법리 검토 필요"
[서울=뉴시스]박선정 오정우 기자 = 6·3 지방선거 당시 경기 지역 일부 투표소에서 실시간 투표율을 허위로 입력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단순히 행정적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숫자 마사지'를 했다며 이를 범죄 행위로 보고 있는 가운데, 유죄가 확정될 경우 관련자들의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전날 중앙선관위 및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영장에는 중앙선관위 실무자와 경기도선관위 실무자가 공전자기록위작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합수본은 피의자들이 경기 지역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하자, 이를 다른 지역의 투표자 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허위 입력해 은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투표소가 실제 투표자 수는 100명인데 1000명으로 잘못 입력했다면, 이를 중앙선관위에 공식 보고해 수정하지 않고 인근 지역 투표소 9곳에 100명씩 허수의 투표자를 분산시켜 입력한 뒤 실투표자 수가 늘어나 이를 자연스럽게 메우길 기다리는 방식으로 실수를 숨겼다는 것이다.
합수본은 투표자 수를 잘못 기입한 선관위 직원과 이 사실을 보고받은 중앙선관위 직원이 내부 메신저로 이에 대해 논의하며 따로 보고하지 말고 숫자를 맞추자는 취지로 공모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합수본에 허위 입력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투표율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추가 수정으로 숫자를 맞췄고, 최종 투표율에는 영향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합수본은 이 같은 행위가 공무소의 전산 기록을 실제와 다르게 작성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전자기록위작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제227조의2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을 위작하거나 변작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최종 투표자 수가 실제 수치와 일치했더라도 허위 숫자를 전산에 입력한 시점에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후 실제 투표자 수가 늘어나면서 오차가 해소된 사정은 범죄 성립 여부보다는 피해 정도나 양형을 판단할 때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위조 또는 증감죄가 추가로 적용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공직선거법 제249조는 투표를 위조하거나 그 수를 증감한 사람을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선관위 직원이나 선거사무 관계자가 이같은 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정형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된다.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면 최고형은 공전자기록위작죄와 같은 징역 10년이지만, 최저형이 징역 3년으로 형법보다 무겁다. 다만 이 조항이 최종 투표자 수가 아닌 시간대별 투표 현황을 허위로 입력한 이번 사건까지 포괄하는지는 추가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권내건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상 투표위조 또는 증감죄는 실제 투표 인원을 조작하는 행위를 전제해 만든 조항으로 보인다"며 "최종 투표자 수에는 변동이 없고 중간 집계 수치만 달라진 이번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전자기록위작 혐의는 적용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권 변호사는 "실제 상황과 다른 숫자라는 점을 알면서 전산에 입력했기 때문에 (피의자들은) 위법성을 당연히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며 공전자기록위작 혐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합수본은 내부 메신저 대화와 전산 접속 및 수정 로그 등을 토대로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최초로 잘못된 수치를 입력했는지, 이후 어느 직원이 실제와 다른 숫자를 입력했는지, 수정 과정에서 어떤 지시와 보고가 오갔는지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수사가 어느 윗선까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직접 허위 수치를 입력한 실무자뿐 아니라 상급자가 관련 내용을 알게 됐음에도 이를 승인하거나 묵인했는지에 따라 처벌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
권 변호사는 "실무자의 경우 누가 언제 수치를 입력했는지 전산 기록에 남아 비교적 명확할 수 있다"며 "결국 상급자들이 어느 단계에서 보고받았고, 허위 입력 사실을 인식한 뒤 어떤 지시를 했는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합수본은 전날에 이어 오늘도 중앙선관위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한편,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동작구선관위 사무국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선거1계 관계자 2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며,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관위 선거관리과, 조직행정과 관계자 3명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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