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美 12.5% 관세 발동에 日 "강제노동 이유로 부과 유감"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존 관세 포함 총 12.5%…자동차·철강과 중복 적용 안 해
日정부 "지난해 합의한 15% 상한 유지 확인"
닛케이 "기업 영향 제한적…EU보다 높은 세율은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제노동 근절을 명분으로 60개 주요 교역국에 10~12.5%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기존 글로벌 관세 체제를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사실상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제노동 근절을 명분으로 60개 주요 교역국에 10~12.5%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기존 글로벌 관세 체제를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사실상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4일(현지시간) 주요 60개국·지역을 대상으로 새로운 추가관세를 발동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미국이 강제노동 제품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일본산 제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다만 지난해 미일 양국이 합의한 총관세율 15% 상한은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 측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日정부 "관세 부과 유감"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산업과 무역은 국제적인 규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금지 조치가 없다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한 이번 조치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미일 합의를 넘어서는 추가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며 미국 측과 계속 의사소통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과 중국 등의 과잉생산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부담이 늘어나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지난해 미일 합의는 변함없으며 양국이 그 이행에 계속 관여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이 최종적으로 지난해 합의를 넘는 추가관세를 일본에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에 "예상됐던 조치여서 놀랍지는 않다"며 "미국 정부와 지난해 미일 합의가 지켜질 것이라는 점을 계속 확인해왔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은 지난해 기존 관세율이 15% 미만인 품목에 대해서는 추가관세를 포함한 총관세율을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관세 합쳐 12.5%..일률 적용 아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동부시간 24일 오전 0시1분부터 한국과 일본 등 60개국·지역을 대상으로 10% 또는 12.5%의 새로운 추가관세를 발동했다.

일본산 제품에는 기존 관세와 합해 총관세율이 12.5%가 되도록 관세를 부과한다. 기존 관세율이 12.5% 미만인 품목에는 총세율이 12.5%가 될 때까지만 관세를 추가한다. 기존 관세율이 이미 12.5%를 넘으면 새로운 관세는 부과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존 관세율이 2.5%인 일본산 제품에는 10%포인트의 관세가 추가돼 총 12.5%가 된다. 기존 관세율이 10%라면 2.5%p만 추가된다.

일본에 일률적으로 12.5%를 더하는 방식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미국 무역대표부에 이 같은 부담 경감 조치를 계속 적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비슷한 경감 조치는 유럽연합과 대만, 한국, 스위스에도 적용된다. EU와 대만의 총관세율은 10%, 한국과 스위스는 일본과 같은 12.5%다.

반면 경감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영국과 멕시코 등에는 기존 관세율에 10%가 추가되며 중국과 태국 등에는 12.5%가 그대로 더해진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알루미늄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는 법적 근거가 달라 이번 관세와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 품목의 기존 추가관세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현재 선박 등을 통해 운송 중인 제품은 미국 동부시간 28일 오전 0시1분까지 미국에서 통관할 경우 새 관세가 면제된다.

■면제 품목 2000개 넘어..화학제품 360개는 조건 강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조치로 일본 기업의 부담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직전 10%보다는 높아졌지만 지난해 상호관세 당시의 15%보다는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존 관세를 포함한 상한 방식이 적용된 데다 새 관세 면제 대상도 조건부 품목을 포함해 2000개를 넘는다.

다케우치 고지 이토추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의 실적에 미치는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라며 "가격 전가 등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범위"라고 평가했다.

야하기 다이스케 다이와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EU에는 10%, 일본에는 12.5%가 적용돼 수출 경쟁력에서 차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EU와 경쟁하는 의약품이나 일부 자동차 관련주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엔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어 관세 비용 증가를 완화할 수 있고 전체적인 영향은 경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품목은 지난 6월 원안에서 면제 대상이었지만 최종안에서 과세 대상으로 바뀌었다.

특히 도료에 사용되는 분산제와 종이기저귀 원료 등 화학 관련 제품 약 360개 품목이 눈에 띈다. 최종안에서 면제 대상이 '의약품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관련 일본 기업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과잉생산 조사 남아..日 관세 추가 인상 가능성
일본의 부담이 이번 12.5% 관세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일본과 중국 등의 과잉생산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별도의 통상법 301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일본산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추가 조치가 나오더라도 지난해 미일 합의에 따른 총관세율 15% 상한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도 "미국의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부담이 늘어나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과 같은 12.5%를 적용받는 한국·스위스와 달리 유럽연합(EU)과 대만에는 10%가 적용돼 일본 기업의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EU 기업과 경쟁하는 의약품과 일부 자동차 관련 업종은 관세율 격차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강제노동 #일본 정부 #추가관세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