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타코마항 크레인 4기 수주…미 항만서 마스가 협력 넓힌다
HMM 미국 계열 WUT와 2028년까지 턴키 공급
노후 장비 교체·대형선 대응…조선·철강·항만장비 수출 연계
[파이낸셜뉴스] HD현대삼호가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현대화 사업에 참여한다. 선박 건조를 넘어 항만 하역 장비까지 한·미 조선산업 협력 범위를 넓히면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HMM 미국 계열사인 워싱턴 유나이티드 터미널(Washington United Terminals Inc·WUT)과 항만크레인 4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대상은 안벽크레인(항만에 접안한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크레인) 2기와 야드크레인(터미널 내 야드에서 차량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크레인) 2기다. HD현대삼호는 장비 설계와 제작을 비롯해 현지 운송, 설치, 시운전까지 일괄 수행한다. 전체 장비는 2028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WUT가 타코마항 터미널의 노후 설비를 개선하고, 대형 컨테이너선 입항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시설 고도화 프로젝트다. 안벽크레인 2기는 기존 장비를 대체하고, 야드크레인 2기는 새로 배치한다.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부두 작업과 야적장 이송 작업을 함께 보강하는 방식이다.
WUT는 현재 안벽크레인 8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4기는 HD현대삼호가 1999년 공급한 설비다. 약 30년 전 납품한 장비의 교체 수요를 다시 수주한 것은 제작 품질과 장기 운영 신뢰성을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항만크레인은 단순한 하역 장비가 아니다. 선박의 대형화에 맞춰 작업 반경과 인양 능력을 확보해야 하며, 부두 하중과 선석 구조, 운영 동선, 현지 안전기준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특히 미국 서부 항만은 아시아발 물동량의 주요 관문인 만큼 장비의 안정적인 가동과 유지보수 역량이 터미널 경쟁력에 직결된다.
HD현대삼호는 미국 항만 환경에 대한 축적된 경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이 회사는 1985년 이후 미국 주요 항만에 항만크레인 20기를 공급했다. 현지 운영사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설계 능력과 대형 구조물 제작 역량, 사후 관리 신뢰도가 이번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포스코의 철강재가 적용된다. 해풍과 염분, 반복 하중에 장기간 노출되는 항만크레인 특성상 구조용 강재의 내구성은 장비 수명과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조선사의 설계·제작 기술에 철강사의 소재 경쟁력이 더해진 수출 모델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은 항만 적체와 공급망 차질을 줄이기 위해 터미널 자동화 및 현대화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항만 장비의 제조국, 원격 제어 체계, 유지보수 역량도 공급망 보안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친환경·고효율 장비와 디지털 운영 솔루션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배경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해 5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작 역량을 소개한 바 있다. 조선소 협력뿐 아니라 항만 장비, 기자재, 정비 서비스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이번 수주가 MASGA 협력의 외연을 넓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는 선박 건조능력뿐 아니라 선박을 처리할 항만 인프라와 물류 장비의 고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HD현대삼호 관계자는 "타코마항 프로젝트는 다양한 국내외 사업 경험으로 확보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은 성과"라며 "친환경·고효율 항만 장비 개발을 통해 한·미 조선산업 협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