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방사선 맞은 차세대 반도체… 실시간으로 뜯어보니 이 소재가 버텼다 [언박싱 연구실]
<55>서울시립대 김태완 교수팀
2차원 반도체 방사선 열화 원인 실시간 규명
[파이낸셜뉴스] 우주에서 사용할 차세대 2차원 반도체가 우주 방사선을 맞으면 왜 성능이 떨어지는지 국내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여러 후보 소재 가운데 이황화몰리브덴이 이황화텅스텐보다 방사선을 훨씬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우주선과 인공위성처럼 강한 방사선 환경에서 작동하는 전자장비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어떤 반도체 소재가 우주에서 더 오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우주용 인공지능 반도체와 국방용 고신뢰성 전자장치를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2차원 반도체는 원자 한 층 두께로 매우 얇아 전기를 적게 쓰면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우주에는 지구처럼 방사선을 막아주는 대기와 자기장이 거의 없어 반도체가 훨씬 강한 방사선에 오랫동안 노출된다.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방사선을 견디지 못하면 실제 우주 장비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번 연구는 여러 후보 소재 가운데 어떤 반도체가 우주 환경에 더 적합한지를 고르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우주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약 70~80년 동안 누적해서 받는 수준의 중성자 방사선을 2차원 반도체에 쬐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가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은 실시간 관찰이다. 지금까지는 방사선을 쬔 뒤 반도체를 꺼내 얼마나 손상됐는지만 확인했다. 반면 연구팀은 방사선을 쬐는 동안에도 반도체가 실제로 작동할 때 전압과 전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속 측정했다. 덕분에 성능이 언제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지, 또 반도체 안에서 어떤 결함이 먼저 생기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여기에 아주 작은 전기 신호 변화를 분석하는 저주파 노이즈 분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함께 활용했다. 이를 통해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결함이 언제 생기고 어떻게 늘어나는지까지 추적했다. 단순히 방사선을 맞은 뒤 결과만 비교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가 손상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본 것이다.
이번 연구는 서울시립대 김태완 교수 연구팀을 중심으로 성균관대 박성준 교수 연구팀, 전북대 배학열 교수 연구팀, 한국원자력연구원 창업기업 큐빔솔루션 정봉기 대표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 성과는 재료 및 나노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최신 논문으로 게재됐다.
실험 결과 두 소재는 방사선을 견디는 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황화텅스텐은 가장 낮은 수준의 중성자 방사선만 받아도 전류가 85% 줄어들 만큼 방사선에 약했다. 반면 이황화몰리브덴은 같은 조건에서도 작동 성능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방사선을 더 잘 견디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선을 더 많이 받을수록 두 소재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황화텅스텐은 방사선이 늘어날수록 전류가 빠르게 감소해 성능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황화몰리브덴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이는 우주에서 오랫동안 사용할 반도체를 설계할 때 어떤 소재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황화텅스텐이 왜 방사선에 더 약한지도 밝혀냈다. 이황화텅스텐을 이루는 원자들은 중성자와 충돌할 때 더 큰 에너지를 받아 원래 자리에서 쉽게 밀려났다. 또 반도체 안에서 전자가 지나가는 길목에는 전류 흐름을 방해하는 결함이 더 많이 생겼다. 반면 이황화몰리브덴은 이런 결함이 상대적으로 적게 생겨 성능을 더 오래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중성자 방사선이 2차원 반도체 성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실시간으로 밝히고, 소재마다 방사선을 견디는 능력이 다른 이유까지 규명해 우주 환경에 적합한 반도체 소재를 선택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