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30년까지 서울시 이주 물량 18만가구..."어디 가서 사나" [정비사업의 명과 암 上]
연도별, 자치구별 첫 분석 자료
5년 연평균 이주 물량 3.5만 ↑
올해 하반기에도 1.8만이 대기
최근 이주 시작한 강동구 단지
임차인, 소유주 어려움에 '울쌍'
'영끌'로 경기 집 사는 임차인에
서울 외곽 밀려나는 임대인까지
[파이낸셜뉴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이주 물량이 18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주 물량은 2028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무려 5만가구 이상이 이사를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18만가구 '정비사업 이주'
27일 파이낸셜뉴스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부터 5년 동안 서울시에서 예상되는 총 이주 물량은 17만9310가구에 달한다. 연도별, 자치구별 자세한 서울시 정비사업 이주 물량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도별 물량은 올해 2만4844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1만3446가구, 2028년 4만5256가구, 2029년 3만9102가구, 2030년 5만6662가구 등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25개 자치구 가운데 이주가 가장 많은 곳은 3만1112가구의 양천구다. 2029~2030년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이동이 있을 전망이다. 뒤를 이어 송파구가 2만4708가구, 강남구 1만5852가구, 영등포구 1만3395가구, 용산구 1만2678가구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송파구에서는 2028년 '잠실주공5단지'·2029년 '장미1,2,3차', 강남구에서는 2028년 '은마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이주 단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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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물량 올해만 12% 감소
문제는 이주 물량은 넘쳐나지만 공급 부족 등으로 서울 전월세 물량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주민들이 서울 안에서 거주할 곳을 구하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월세 전체 매물은 3만9083건으로 올해 초 4만4424건 대비 12% 감소했다. 그나마 최근 전월세 물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입주장이 시작된 반포 지역에 몰렸다.
실제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 등이 최근 입주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 이 지역을 제외하면 전월세 물량 하락폭은 더 커진다. 멀지 않은 시기 '이주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2028년부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며 "지금도 갈 곳을 찾지 못해 서울 외곽, 경기도, 인천으로 밀려나는 이주민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전월세난에...'영끌'해 일산 집 사는 임차인
"거주할 집을 찾다보니 서울 강동구에서 경기도 하남, 의정부까지 밀려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주 기간이 11월 말까지인데, 최소 한 달 이상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강동구 공인중개사 A씨)
지난 26일 최근 이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길동삼익파크아파트. 입구에 '이주 및 신탁 접수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지만 아직 이사를 간 조합원들은 많지 않다. 단지에는 주차된 차들이 가득하고 입구 근처에 있는 1층 어린이집도 운영되는 모습이다. 단지에 붙어 있는 '임대 물건'을 자세히 보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길동삼익파크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지하 4층~지상 35층, 15개 동, 아파트 1384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자진 이주기간은 11월 30일까지로 지난 1일부터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했다.
이주가 시작됐지만 임차인과 소유주 모두 표정이 밝지는 않다. 올해 서울 전월세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임차 가격이 급격히 오른 탓에 들어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1092가구 중 지금까지 집을 구해서 나간 사람은 200여가구로, 나머지 800가구가 살 집을 못 찾았거나 찾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실제로 네이버부동산 매물조회에 따르면 인근 대단지인 고덕주공9단지(1320가구)의 전세 매물은 한건도 없고, 더 큰 단지인 삼익그린맨션2차(2400가구)는 단 2건에 불과하다. 삼익그린맨션 2차의 전세 매물은 모두 전용 67㎡인데 각각 6억8000만원, 7억원을 제시했다. 길동삼익파크에서 이 금액을 맞출 수 있는 임차인은 지난 6월 30일 7억원에 전용 137㎡ 세입자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기도 일산, 의정부 등으로 아예 주택을 매수해서 나가는 세입자들도 있다. 강동구 한 공인중개사는 "강동구 빌라도 모아타운 선정 소문이 돌며 매매가가 1억~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며 "그나마도 매물이 많지 않아 거주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외곽으로, 경기도로 밀리는 소유주들
소유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재 길동삼익파크아파트 이주비 대출 규모는 대부분 가구별 2억~3억원가량 나온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는 주변 아파트는 커녕 빌라도 겨우 들어가는 실정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이주비 대출 규모에 맞춰 지역을 옮기는 사람이 많다"며 "서울 외곽은 물론 하남 등 경기도 지역까지도 수요가 높다"고 귀띔했다.
전세금, 보증금, 이사비 등 자금 자체가 없어 아예 이주 엄두를 못 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전세 매물만 찾던 사람들도 이제 반전세, 월세 등까지 눈을 돌린다고 한다.
문제는 길동삼익파크아파트뿐 아니라 향후 이주를 앞두고 있는 대단지가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2028년부터는 이주 물량 규모가 말 그대로 '폭증'한다.
1000가구 이상 단지들도 크게 늘어난다. 2028~2030년 이주를 앞둔 단지들 가운데 1000가구 이상인 곳은 각각 12곳, 15곳, 26곳으로 올해 7단지 대비 2~3배 이상 증가한다. 2028년 한 해에만 47년 된 강남구 '은마아파트'(4424가구), 관악구 '신림1'(4410가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등 3000가구가 넘는 '초대단지' 3곳의 이주가 예정돼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곳 주변은 전월세난이 심각한 곳들이라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신축, 공급을 늘리는 정비사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