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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만을 위한 AI 도입은 기업가치에 도움 안돼"[한미재무학회]

파이낸셜뉴스

생성형AI 통해 노동력을 대체하기보다
기업의 전문성을 확장하는 채널로 활용
경쟁 심화된 환경일수록 증강효과 발휘
일회성 아닌 지속적 기업가치 상승 기여
대체 중심 AI 도입 기업들은 한계 분명
경쟁 압력에 더 크게 노출… 공매도 타깃

정기호 美 뉴욕주립대 버펄로경영대학 재무학과 석좌교수
정기호 美 뉴욕주립대 버펄로경영대학 재무학과 석좌교수
▲ 대담자 임태훈 박사과정 학생은 현재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경영대학 재무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컴퓨테이셔널 파이낸스 공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 대담자 임태훈 박사과정 학생은 현재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경영대학 재무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컴퓨테이셔널 파이낸스 공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확산이 시작된 지 3년여가 지났다. AI는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혁신 도구로 자리 잡는 동시에,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도 키워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 변화는 자본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었을까. 투자자 행동과 시장 구조를 연구해 온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 경영대학 정기호 교수는 AI 확산이 기업가치와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다음은 임태훈 박사과정 학생과의 일문일답.

-본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핵심은 무엇인가.

▲생성형 AI의 확산은 매우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그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상반된 해석이 공존하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생산성 혁신을 강조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규모 노동 대체를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AI가 기업가치를 실제로 증가시켰는지, 더 나아가 그 효과가 어떤 경로를 통해 나타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존 연구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기존 연구들은 AI의 경제적 영향을 하나의 단일한 개념으로 측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AI 노출도나 도입 여부와 같은 단일 지표를 통해 그 효과를 평균적으로 추정하는 접근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AI의 경제적 효과가 기업과 산업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뿐 아니라, 그 작동 방식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같은 AI 기술이라도 어떤 기업에서는 인간의 업무를 보완해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작용하는 반면, 다른 기업에서는 기존 업무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AI 효과를 증강(augmentation)과 대체(substitution)라는 두 가지 채널로 분해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기존 문헌과 차별화된다.

-핵심 결과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핵심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생성형 AI는 노동을 단순히 대체하기보다,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는 채널로서도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보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AI가 인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때에는 기업의 경쟁우위가 한층 강화되는 반면, AI가 이러한 전문성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경우에는 해당 영역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의 가치 창출 능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결국 같은 AI를 도입하더라도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정반대 방향으로 갈릴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 함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증강과 대체를 어떻게 측정했나.

▲우리는 직무 단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세분화된 직무 정보를 활용해 각 직무가 AI에 의해 얼마나 증강될 수 있는지, 얼마나 대체될 수 있는지를 정량화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언어모형을 활용해 각 직무에 대해 두 가지 점수를 부여했는데, 하나는 AI가 인간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는지, 다른 하나는 인간의 개입 없이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이후 이러한 직무 수준의 정보를 산업과 기업 수준으로 집계해 기업별 AI 노출 지표를 구축했다.

-기업 수준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

▲기업을 하나의 단위가 아니라 다양한 업무의 집합으로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각 기업은 여러 직무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AI는 이러한 직무 각각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기업이 수행하는 업무 구조를 바탕으로 AI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노동 대체 압력이 큰 기업을 구분했다. 이는 단순히 AI를 도입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AI가 기업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분석하는 접근이다.

-실제 기업 성과에서는 어떤 차이가 나타났나.

▲매우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증강 효과가 큰 기업들은 수익성과 생산성, 그리고 직원당 매출 등 다양한 지표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반면 대체 효과가 큰 기업들은 비용 감소가 나타났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소폭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기업 가치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익성 측면의 개선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확인한 것은 대체 효과가 큰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기존보다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 하락 폭은 AI의 증강 효과가 큰 기업들의 가치 상승 폭보다는 작았지만, 대체 효과가 큰 기업들의 기업 가치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가적으로, 대체효과를 반복적 업무와 비반복적 업무로 나눠서 봤을 때, 반복적인 업무가 더 많은 기업의 경우 대체효과의 부정적 영향이 줄어들었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이론 모델을 세웠는데, 핵심은 AI의 대체 효과가 기업 가치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채널이 두 가지라고 본 데 있다. 하나는 AI 도입을 통해 단순 노동력을 대체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채널이고, 다른 하나는 AI 도입 과정에서 기존 서비스나 제품의 품질이 저하됨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거나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채널이다. 특히 비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기업의 경우 AI 도입을 통한 기업가치 향상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자본시장의 반응은 어땠나.

▲자본시장은 이러한 차이를 비교적 빠르게 반영했다. 증강 효과가 높은 기업들은 시장 대비 높은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대체 효과가 높은 기업들은 초과수익률이 낮거나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특히 공매도 투자자들의 이를 정확히 반영했다. 일반적으로 정보우위를 가진 투자자로 여겨지는 공매도 투자자들은 챗GPT 출시 이후 대체 효과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공매도를 확대하고, 증강 효과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포지션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시장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나.

▲노동시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증강 효과가 큰 직군에서는 고용과 임금이 모두 증가한 반면, 대체 효과가 큰 직군에서는 고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대체 효과가 큰 직군에서도 임금 자체가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즉, 기업들이 인력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반면, 남아 있는 인력에 대해서는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러한 결과를 설명하는 경제적 메커니즘은.

▲핵심은 조직자본 (organizational capital)과 경쟁우위에 있다. 기업가치는 단순히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가치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증강 효과는 기존의 전문성과 축적된 지식을 강화하여 경쟁우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반면, 대체는 이러한 전문성을 표준화하고 외부화함으로써 경쟁을 심화시키고 마진을 압박할 수 있다.

-기업과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기업 입장에서는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시사점이다. 오히려 핵심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 즉 자사가 보유한 전문성과 지식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AI를 활용해야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단순히 'AI를 도입했는가' 또는 'AI 관련 지출이 얼마인가'와 같은 표면적인 지표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동일하게 AI를 도입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경쟁우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쓰이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차별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쓰이고 있는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AI 효과가 단기적인 현상인지, 지속적인 변화로 볼 수 있을까.

▲주식시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초기에는 실제 성과와 무관하게 과도한 기대가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이번 연구에서는 단기 주가 반응뿐 아니라 챗GPT 공개 이후 약 2년에 걸친 기업 성과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증강 효과가 큰 기업들의 수익성과 생산성 개선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분기를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AI 효과가 단순한 기대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가 관찰한 것은 어디까지나 지속적 변화의 초기 단계라는 사실이다.

-AI가 기업 간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보나.

▲AI는 경쟁을 양극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증강 효과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기존의 전문성과 조직 자본을 토대로 경쟁우위를 더욱 강화하는 반면, 대체 중심으로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오히려 경쟁 압력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AI가 특정 업무를 표준화하면 그 영역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후발 기업들의 모방이 용이해져 경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중립적 기술이 아니라, 기존 역량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 간 격차를 오히려 확대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우리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 정기호 교수는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경영대학 재무학과 루이스 M 제이컵스 석좌교수다. 시장 미시구조, 자산가격, 기업재무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금융시장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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