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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황실에 등 돌린 日민심' 다카이치 지지율 일제히 최저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요미우리 57%·닛케이 58%·교도 53.7% 지난주 아사히·마이니치 이어 5곳 모두 하락 물가대책 부정평가 71%…지지층도 56% 여성 천황 찬성 80%대, '남계 고집' 역풍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의 지지율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급락하며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물가 대응에 대한 불만이 정권 핵심 지지층까지 확산한 데다 여성 천황을 외면한 황실전범 개정과 주요 법안의 강행 처리에 대한 반발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탈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일본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요미우리신문 57%, 니혼게이자이신문 58%, 교도통신 53.7%로 집계됐다. 조사 방식과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4~26일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57%로, 지난 6월 조사 당시 69%보다 12%p 급락했다. 비지지율은 21%에서 34%로 13%p 상승했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이 요미우리 조사에서 50%대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같은 기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9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은 전월보다 10%p 떨어진 58%를 기록했다. 비지지율은 10%p 오른 37%였다.

교도통신이 지난 25~26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53.7%로 전월보다 2.1%p 하락했다. 비지지율은 5.8%p 오른 33.7%였다.

지난주 발표된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조사까지 포함하면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 하락은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8~19일 실시한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7%p 떨어진 53%였다. 같은 기간 진행된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0%p 급락한 41%를 기록했다. 마이니치 조사에서는 비지지율이 44%로 처음 지지율을 앞질렀다.

■물가 대책 부정평가 71%..지지층도 절반 돌아서
지지율 급락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고물가 대응에 대한 불만이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정부의 물가 대책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1%로 전월보다 15%p 급증했다. '평가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5%에서 21%로 떨어졌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앞선 네 차례 조사에서는 물가 대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대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70%대로 치솟았다.

특히 부정 여론이 야당 지지층이나 무당층을 넘어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확산했다. 내각 지지층에서도 물가 대책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로 절반을 넘었다.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50%로 긍정 평가 41%를 웃돌았다.

정부와 여야가 추진하는 중·저소득 근로자 대상 새 급여제도에는 찬성 49%, 반대 28%로 나타났다. 식료품 소비세율을 2년간 1%로 낮춘 뒤 중·저소득층에 1% 상당을 지급해 실질 세율을 0%로 만드는 방안은 찬성 48%, 반대 41%였다. 찬성률은 전월보다 4%p 하락했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식료품 소비세 인하 방식에 대해 '시행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1%라도 괜찮다'는 응답이 47.1%로 가장 많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0%로 내려야 한다'는 응답은 25.1%, '감세가 필요 없다'는 응답은 25.6%였다.

정부가 감세와 현금 지원책을 잇달아 제시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으로 악화한 체감경기를 되돌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지층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 궁내청이 제공한 사진에 지난해 12월 23일 도쿄에서 나루히토(가운데) 일왕, 마사코 (왼쪽) 왕비, 아이코 공주가 새해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궁내청이 제공한 사진에 지난해 12월 23일 도쿄에서 나루히토(가운데) 일왕, 마사코 (왼쪽) 왕비, 아이코 공주가 새해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성 천황 80%대 찬성..'남계 고집' 역풍
황실전범 개정도 지지율을 끌어내린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카이치 내각은 여성 황족이 일반인과 결혼한 뒤에도 황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1947년 황적을 이탈한 구 11개 황족 가문의 남계 남성을 양자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황실전범 개정안을 개정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7일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양자 본인에게는 황위 계승권이 없지만 이후 태어난 아들에게는 계승 자격을 부여했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와 그 자녀에게는 여전히 황위 계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황실전범 개정 등 주요 법안과 정책에 대한 다카이치 총리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은 62%였다. 설명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구황족 남계 남성을 양자로 황실에 편입하는 방안에는 '평가하지 않는다'가 45%로 '평가한다' 40%를 앞섰다. 궁내청에 따르면 구황족 남계 후손과 현 일왕의 혈연관계는 36~38촌 정도다.

반면 여성 천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는 여성 천황 허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5%, 반대가 8%였다.

닛케이 조사에서도 여성 천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84%에 달했다. 여성 천황과 여계 천황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9%, 여성 천황만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25%였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여성 천황 허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81.0%로 반대 16.1%를 크게 웃돌았다. 여성 황족이 결혼 후에도 황족 신분을 유지하는 방안에는 75.0%가 찬성했다.

지난주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이번 황실전범 개정이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답했다. 여성은 천황이 될 수 없도록 한 현행 제도에 대해서도 62%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여성 천황을 지지하는 80%대 여론을 정치권이 외면하고 현 일왕과 36~38촌 떨어진 구황족 남계 후손에게 계승의 길을 열어준 데 대한 반발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당층 지지 16%p 급락..국회 운영도 "강압적"
민심 이탈은 무당층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닛케이 조사에서 특정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16%p 급락한 36%였다. 비지지율은 15%p 상승한 51%로 지지율을 역전했다.

전체 응답자의 약 40%를 차지한 자민당 지지층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87%로 여전히 높았지만 전월보다 7%p 하락했다. 그동안 다카이치 내각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참정당 지지층에서도 '지지하지 않는다'가 '지지한다'를 앞섰다.

연령별로는 39세 이하 지지율이 67%로 11%p 하락했다. 60세 이상은 10%p 떨어진 51%, 40~50대는 6%p 하락한 66%였다.

국회 운영에 대한 평가도 악화했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다카이치 정권의 국회 운영이 '강압적이었다'는 응답은 57.5%로 '신중했다'는 응답 35.0%를 크게 웃돌았다.

부수도 관련 법안의 국회 논의가 불충분했다는 응답도 66.9%에 달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다카이치 총리 진영의 비방 영상 제작 의혹에 대한 총리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58.6%였다.

닛케이는 자민당 간부를 인용해 "국민 생활과 동떨어진 정책의 실현을 추진한 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전했다. 황실전범 개정과 부수도법 등 정권이 성과로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유권자와의 거리를 넓혔다는 의미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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