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범죄와 전쟁' 영화 현실로? 압류 와인 판매한 세관 공무원들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로비자금 명목 수천만원 수수·요구…검찰 "특사경 수사지휘 중요 사례"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압수된 고가의 와인을 진열용 가짜병(더미보틀)으로 바꿔치기해 빼돌려 판매하도록 돕겠다며 수천만원을 받거나 요구하고, 허위 제보자를 만들어 밀수 신고 포상금까지 가로챈 세관 공무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박향철 부장검사 직무대리)는 전 서울세관 조사정보과 정보팀장 A씨와 총괄기획팀장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뇌물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3년 8월 와인업계 종사자 C씨에게 "밀수품으로 압수된 와인을 폐기 전에 더미보틀로 바꿔치기해 판매할 수 있다"며 "검사와 세관 창고장 로비 자금이 필요하다"고 속여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12월에는 압수물 바꿔치기와 밀수 신고 포상금 수령을 도와주겠다며 추가로 4000만원을 요구한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별도로 '키 성장 영양제' 관세포탈 사건에서 자신의 여동생을 제보자인 것처럼 허위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뒤 이를 근거로 정부로부터 밀수 신고 포상금 7500만원을 받아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와인 밀수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고가 와인 379병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와인은 개봉하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공매 없이 폐기되는 점을 악용해 더미보틀로 바꿔치기한 뒤 암시장에 유통하려 했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와 특별사법경찰관 수사지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경찰에 두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해 알선수재 혐의 적용과 공모관계 입증을 보완했고, 영장 청구 전 피의자 면담을 통해 주요 쟁점을 정리한 뒤 추가 증거 확보를 요구했다. 이후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압수물 처분 과정에서도 검사의 지휘가 범행을 막았다고 강조했다. 압수 와인 379병 가운데 363병은 공소시효가 지나 환부(압수물을 피압수자에게 돌려주는 것)하라는 검사의 지휘가 내려지면서 실제 바꿔치기 대상은 16병으로 줄었고, 이후 이들이 추가 범행을 제안하자 C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관세사범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특사경이었다"며 "오는 10월 공소청법 시행으로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감독 권한이 삭제되면 이 같은 부패 범죄가 암장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또 일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압수물 처분 권한을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며 압수물 처분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세관 공무원 #와인 바꿔치기 #특사경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