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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시험소서 명품 성적서 낸다...LS일렉트릭, 대호황기의 '비밀병기'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LS일렉 청주공장 내 전력시험기술원 현장 방문
AI발 주문폭주에 주말까지 가동…납기 단축 핵심 인프라
외부 시험 대기 없이 즉시 검증…배전 납기 경쟁력 확보

지난 24일 충북 청주 LS일렉트릭 전력시험기술원(PT&T)에서 두개의 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1기가와트(GW)급 원자력 발전소 4기가 동시에 단락 사고를 일으켰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00밀리초(ms) 이내에 공급해 제품 내구성을 시험할 수 있는 규모다. 사진=정원일 기자
지난 24일 충북 청주 LS일렉트릭 전력시험기술원(PT&T)에서 두개의 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1기가와트(GW)급 원자력 발전소 4기가 동시에 단락 사고를 일으켰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00밀리초(ms) 이내에 공급해 제품 내구성을 시험할 수 있는 규모다. 사진=정원일 기자


【청주(충북)=정원일 기자】"수주량이 확대되면서 올해 2월부터는 주말에도 교대로 출근해 제품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4일 충북 청주 LS일렉트릭의 자체 시험·인증소인 전력시험기술원(PT&T). 발전기가 돌아가자 옆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LS일렉트릭이 제조, 북미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될 전력기기에 대한 검증 작업이 쉴 새 없이 전개되고 있었다.

■대호황기 시간싸움..."납기 경쟁력 강화"
LS일렉트릭의 자체 시험소의 최대 경쟁력은 다름 아닌 '시간'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전력기기 주문이 밀려들면서 제품 제작 속도뿐 아니라, 제품 시험·검증이 납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우성한 LS일렉트릭 PT&T 원장은 "경쟁사들의 경우 지금 시험·인증을 신청하면 제품 경쟁력과 무관하게 시험 일정이 잡히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당장 오늘 밤에라도 시험하고, 결함이 발견되면 원인을 찾아 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AI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미국을 중심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PT&T에 들어오는 시험 물량도 처리 한계에 다다랐다. PT&T가 지난해 진행한 시험·인증은 총 1521건이다. 연간 시험 처리 능력인 약 1500건을 넘어선 것이다. 사실상 '풀 가동'이다. 이 가운데 북미 수출 제품은 836건(약 55%)으로 절반이 넘는다. 올해는 전체 시험 물량 10건 가운데 8건이 북미향일 정도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우 원장은 "현재 시험소는 포화 상태"라며 "올해 2월부터 주말에도 교대로 나와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성적서' 타이틀 확보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 등이 국제 규격보다 더 까다로운 자체 품질 기준을 요구하기도 하면서 자체 시험소 보유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우 원장은 "고객들이 규격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품질 기준을 제시한다"며 "배전 분야에서는 자체 시험소를 가진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대응 속도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고 강조했다. 지멘스와 ABB,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들이 자체 시험소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T&T는 민간기업이 자사 제품을 직접 시험한다는 점에서 한계로 꼽혔던 공신력 문제를 국내외 공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보완했다. 지난 2000년부터 국가공인시험기관 인정을 받고 UL, ASTA, TUV 등 글로벌 시험·인증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민간기업 시험소 가운데 최초로 가입 문턱이 높은 것으로 악명 높은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의 KERI 멤버 시험소 자격을 획득했다. 각 나라에 단 하나의 시험소에만 부여되는 자격으로, 이곳에서 발급되는 시험성적서는 업계에서 '명품'으로 통한다. 올해는 전 세계 다섯 번째로 두바이 전력청의 공식 인정 시험소 자격을 확보했다. 향후 중동 재건이 본격화 될 경우 현지에서 별도의 시험을 받아야 하는 절차와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성한 LS일렉트릭 전력시험기술원(PT&T) 원장이 지난 24일 충북 청주 LS일렉트릭 PT&T 합성시험실에서 시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우성한 LS일렉트릭 전력시험기술원(PT&T) 원장이 지난 24일 충북 청주 LS일렉트릭 PT&T 합성시험실에서 시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세계 6위 규모 시험소 구축...AI도 못 잡는 변수 검증
설비 규모도 세계적 수준이다. PT&T는 2000메가볼트암페어(MVA)급 단락발전기 2기를 갖추고 있다. 총 시험 용량은 4000MVA로, 1기가와트(GW)급 원자력발전소 4기의 출력에 해당하는 규모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 전 세계 전력기기 시험소 가운데 6위권에 해당하는 설비 규모다.

순간적으로 막대한 사고 전류를 만들어내는 시험의 위력은 현장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두께 약 50㎝의 고압시험실 콘크리트 벽은 반복된 시험으로 검게 그을려 있었고, 저압시험실에서는 차단 시험이 시작되자 불꽃이 튀었고, 굉음이 시험장을 가득 메웠다. 이 같은 시험 경쟁력은 AI 기반 시뮬레이션이 발전해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LS일렉트릭의 설명이다. 진공 상태에서 전류를 차단하는 고압기기는 시뮬레이션과 실제 시험의 일치도가 80% 이상이지만, 공기 중에서 작동하는 저압기기는 온도와 습도 등 변수가 많아 결국 실제 시험 외에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 우 원장은 "시험소는 제품 개발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개발 과정의 일부"라며 "시험 과정에서 각종 변수를 잡는 노력들이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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