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맞아서 갈비뼈 골절" 아파트 동대표 문제 놓고 '무고' 소송[사건실화]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무고·사기미수·모해위증 혐의
법원,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허위 목격 진술한 주민도 징역형 집행유예

지난 23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시스
지난 23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1년 3월 2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를 찾은 박모씨는 같은 아파트 주민 이모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열흘 전인 3월 13일 이씨가 주먹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때려 갈비뼈가 부러졌으니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이던 박씨는 이씨의 남편이자 동대표 회장이던 배모씨와 동대표 운영 문제로 갈등을 빚는 상태였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같은 진술을 반복했고, 결국 이씨는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949만원 손배소 내고 법정서도 "진짜 맞았다"
박씨는 2022년 10월 28일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폭행으로 35일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으니 병원비와 일실수입 등 2949만여원 등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진단서도 제출했다.

이어 2023년 3월 17일 이씨의 상해 사건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씨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주먹으로 때렸다"고 증언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임모씨도 같은 해 7월 19일 증인으로 나와 "이씨가 박씨를 밀치는 장면을 우연히 봤다"며 "박씨가 뒤로 한두 발자국 밀렸다"고 진술했다. 임씨는 배씨의 동대표 해임안에 찬성했던 인물이었다.

■영상 증거가 드러낸 '4분의 모순'
그러나 이씨가 박씨를 때리거나 밀친 사실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3월 13일 당시 배씨는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마지막 영상 촬영이 끝난 뒤 이씨와 다시 다퉜고, 이 과정에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씨가 마지막 영상 촬영을 마친 뒤 약 4분 만에 이를 지인에게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그사이 추가 다툼이 벌어지고 폭행까지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박씨는 고소장에 "이씨가 나에게 '무식하다'는 취지의 욕설을 하자 화가 나 소리를 질렀는데, 곧이어 이씨가 때리기 시작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해당 욕설이 배씨가 촬영한 영상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욕설 직후 폭행당했다는 최초 고소 내용과 촬영 종료 뒤 폭행당했다는 주장이 배치된 것이다.

이같이 두 사람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임씨의 증언은 거짓으로 탄로 났다. 박씨가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첨부한 진단서도 폭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무죄로 끝난 폭행 재판…허위 고소·증언은 유죄
이씨는 2023년 10월 11일 상해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항소도 기각돼 이듬해 7월 26일 무죄가 확정됐다. 손해배상 소송 역시 박씨가 소를 취하하고 이씨가 이에 동의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박씨는 무고와 사기미수, 모해위증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임씨 역시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9일 박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임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두 사람에게 각각 사회봉사 240시간과 8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무고죄는 형사사법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고, 피무고인으로 하여금 부당한 형사 처분을 받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범죄"라며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고, 이씨는 장기간 상당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인 이씨가 실제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 △손해배상 소송이 종결된 점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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