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서 과학으로…소염제통약침, 염증 억제 기전 밝혀지다
[파이낸셜뉴스] 소염제통약침이 염증 유발 복합체인 'NLRP3 인플라마좀'의 조립 단계에서 염증을 차단한다는 구체적 작용 기전이 국내 산학 공동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임상약침학회 부속 자황원외탕전실과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경희대·아주대 의과대학 연구진의 이번 성과는 SCI(E) 학술지(Frontiers in Pharmacology) 6월호에 실렸다.
NLRP3 인플라마좀은 외부 병원체나 세포 손상으로 발생한 신호를 감지해 IL-1β와 IL-18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과 분비를 촉진하는 선천면역 복합체다.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관절염과 통풍, 자가면역질환을 비롯한 여러 만성 염증성 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관여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핵심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NLRP3 직접 억제제는 없어 효과와 안전성을 갖춘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 백용현 교수팀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이윤성 교수 및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박용환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제브라피쉬의 LPS 유도 염증 모델과 꼬리 절단 손상 모델을 이용해 소염제통약침이 염증 부위의 호중구와 대식세포 축적을 감소시키고, NLRP3 관련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J774A.1 및 THP-1 면역세포 실험에서는 소염제통약침이 NLRP3 활성화에 따른 IL-1β 분비를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시키면서도 AIM2와 NLRC4 인플라마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NLRP3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 NF-κB 신호나 미토콘드리아 활성산소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인플라마좀 복합체 조립에 필수적인 ASC 단백질의 올리고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돼 소염제통약침이 NLRP3 인플라마좀의 활성화·조립 단계에서 염증을 차단한다는 구체적인 기전을 제시했다.
자황원외탕전실은 축적된 약침제제 조제 및 품질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에 사용된 소염제통약침을 표준화해 공급했다. 연구용 제제는 원료 추출과 농축, 여과, 제균, 동결건조 및 멸균 과정을 거쳐 조제됐으며, 외관과 용량, 비중, pH, 엔도톡신, 밀봉성 및 무균성 등에 대한 품질검사가 시행됐다.
연구진은 초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UPLC)를 이용해 글리시리진산, 알비플로린, 패오니플로린 등 주요 지표성분을 확인하고 함량을 정량했다. 이를 통해 실험에 사용된 제제의 성분 구성과 품질 일관성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조제 시기와 배치에 따른 편차를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품질 표준화는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재현성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비임상시험과 임상연구에 동일한 수준의 제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동 제1저자인 박연철 교수(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침구과)는 "이번 연구는 한의과대학과 한방병원의 약침 임상 전문성, 의과대학의 면역학적 기전 분석 역량, 기업의 조제·품질관리 기술을 결합한 산학 융합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는 기초 기전 연구와 임상현장, 제제 생산을 연구 초기부터 연계함으로써 한의 치료기술의 작용 원리를 현대 면역학적으로 설명하고, 연구 성과가 표준화 제제 개발과 후속 비임상·임상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임상약침학회 안덕근 회장은 "이번 연구는 소염제통약침의 경험적 활용을 넘어 표준화된 제제를 바탕으로 항염 효과와 작용 기전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대학 및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유효성분과 직접 작용 표적을 규명하고, 질환 모델에서의 유효성·안전성 및 적정 투여 농도를 검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