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청년들 대인관계, 연애도 바꾼다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이 청년들의 연애, 대인관계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난 상태에서 격한 감정을 순화시켜 이메일을 보내거나, 자신의 데이트 경험을 데이터화해 최고의 파트너를 찾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데이트에 엑셀 같은 스프레드시트가 적용되고, 연인이나 지인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AI의 도움을 받아 대인관계 파탄을 막으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데이트 앱의 무제한 매칭으로 상대 찾기에 신물이 난 청년들이 데이트 경험을 수치화하기 시작했다.
연애 경험을 기업의 프로젝트 관리나 데이터 분석처럼 시스템화하고 있다.
데이트 데이터화의 핵심은 우선 스프레드시트에 데이트 경험을 점수로 나타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상대방의 외모나 첫인상 같은 감정적 요인 대신 정치 성향, 종교, 금전관, 라이프스타일, 미래 계획 등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관을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표시한다.
또 데이트 중에 느꼈던 불쾌한 순간, 언행 불일치, 직관적인 위화감 등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다.
이를 점수화해 만남 지속 여부를 결정하지만 자신의 객관성이 떨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상대방에 대한 친구들의 평가나 의견도 함께 표시한다. '친구 감사' 시스템이다.
캐나다 맥길대 사회학과 조교수 스카일러 왕은 "데이터는 사람들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질서와 체계를 찾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연애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다음 단계다. 어떤 직군과 만났을 때 만족도가 높았는지, 몇 번 만난 뒤 감정이 커지는지 다양한 개인의 연애 패턴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데이트에 들어간 시간, 비용, 에너지 대비 감정적 만족도 등 비용 대비 효과, 즉 투자수익률(ROI)을 보고 효율성이 낮은 만남을 정리할 수 있다.
청년들은 대인관계에서도 AI를 활용한다.
데이트 앱의 대화 시작 문구나 파티 대화 주제, 연인과 문자 메시지 교환, 갈등 상황에서 이메일 논조 조절 등을 AI에 맡겨 작성하거나 연습한다.
글을 잘 쓰는 친구들에게 연애 편지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AI가 현대판 시라노가 된 셈이다.
특히 대가족이 아닌 외동으로 자란 이들이 많은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는 AI가 큰 도움이 된다. 대화 시작이 어렵거나 사람을 만날 때 극심한 긴장감을 느끼는 이들이 AI와 대화하면서 자신감이 붙게 되고,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AI가 훌륭한 대화 연습 도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갈등 상황에서도 도움이 된다.
연인 간의 다툼이나 민감한 주제에 관한 대화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면 울컥하는 마음에 거친 말을 쏟아내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자신의 판단, 날것 그대로의 감정은 믿을 수 없다는 자아 불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의대의 애슐리 골든 조교수는 "자신이 쓴 문장을 AI에 돌려 괜찮은지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자신의 해석과 직관을 믿지 못하게 스스로를 길들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낯선 이들과 관계에서 느끼는 어색함, 갈등, 거절의 두려움 같은 정서적 성장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이라는 쿠션 뒤에 숨어 이런 경험을 피해가면 현실에서 마주치는 돌발 상황이나 불확실성을 견디는 능력도 떨어진다고 이들은 경고한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