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도 동결도 부담…워시 첫 시험대 오른 연준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오는 2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취임 이후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의 관심사는 취임 이후 강조해온 '인플레이션 무관용' 원칙을 행동으로 옮길지, 아니면 공급 충격이 주도하는 현재의 물가 환경을 고려해 신중론을 택할지가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7일 "미국 금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아야 한다"며 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했다.
금리를 인상하면 가장 큰 장점은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워시 의장은 취임 이후 의회 청문회 등에서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물가가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물가 안정 의지를 입증할 수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서비스 물가와 운송비, 외식·여행 비용 등 광범위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며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현재 경제 상황을 보면 지금의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 인상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물가를 잡겠다고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정책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도 부담은 적지 않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며 물가 둔화 조짐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연준이 어떤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하는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물가 불안의 상당 부분은 수요 과열보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관세 등 공급 충격에서 비롯됐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가 교전이 일시 중단되면서 다시 9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공급 충격은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연준의 고민이다.
포인트72의 딘 마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에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연준의 정책 반응 함수를 시장이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정책 신뢰를 높이기보다 시장에 혼란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으로 8%, 9%, 10%, 심지어 12%까지도 가능하다"며 "원래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전처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면 연준은 시간을 벌 수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9월 FOMC 전까지는 두 달치 물가와 고용지표가 추가로 발표된다. 연준은 추가 데이터를 확인한 뒤 정책을 결정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NY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물가 상승은 관세와 같은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며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은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의 매파적 발언이 반드시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리 동결 역시 워시 의장에게는 적지 않은 정치적·정책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워시 의장이 강조해온 '인플레이션 무관용' 원칙과 실제 정책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높은 물가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실제 정책은 유지할 경우 연준의 정책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변수다. 이란 전쟁과 에너지 가격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움직이지 않으면 시장이 '연준이 물가 상승을 용인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근로자는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매파들의 우려다.
결국 시장은 이번 FOMC에서 금리 결정 자체보다 워시 의장이 어떤 논리로 그 결정을 설명하느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워시 의장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이를 장기 긴축의 시작이 아닌 정책의 '재조정'으로 설명하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유지하면서도 공급 충격이라는 예외적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시장을 설득하느냐가 향후 연준의 정책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