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분기 최대 실적 축포…영업이익률 18.4%
2분기 영업익 1조6451억원…시장 전망 12% 웃돌아
조선 영업익 73.6%↑…순차입금비율 -61.3% 무차입 전환
HD한국조선해양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고선가 선박이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가운데 조선과 엔진기계, 해양플랜트, 그린에너지 등 전 사업 부문이 나란히 개선되면서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다시 썼다. 이익 규모뿐 아니라 재무구조까지 개선돼 실적의 질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4분기 연결기준 매출 8조9270억원, 영업이익 1조64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2%, 영업이익은 72.5%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21.3%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를 모두 넘어선 성적이다.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매출 8조6756억원, 영업이익 1조4693억원이었다. 실제 매출은 전망치를 2514억원, 영업이익은 1758억원 웃돌았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시장 예상보다 약 12.0% 많다.
수익성 개선 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2·4분기 영업이익률은 18.4%로 시장 전망치 16.9%를 1.5%p 상회했다. 전년 동기 12.8%와 비교하면 5.6%p, 전 분기 16.7%보다 1.7%p 높아졌다. 매출 100원당 18원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렸던 2000년대 후반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익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원가 구조 개선도 확인됐다. 2·4분기 매출원가는 6조8433억원으로 매출 증가율(20.2%)을 밑도는 11.7%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총이익은 2조837억원으로 60.0% 급증했다. 매출총이익률은 23.3%다. 앞서 1·4분기에 세운 분기 최대 영업이익 기록도 석 달 만에 갈아치웠다.
실적을 끌어올린 축은 조선 부문이다. 조선 부문은 매출 7조4510억원, 영업이익 1조3986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1%, 73.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8.8%로 지난해 2·4분기 12.9%, 올해 1·4분기 16.6%에서 두 분기 연속 상승했다. 조선 부문이 전사 매출의 83%, 영업이익의 85%를 담당한 만큼 전체 수익성 지표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은 선박을 수주한 뒤 설계와 자재 조달, 건조 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매출을 인식한다. 지금의 손익계산서에는 과거 계약한 선박의 선가와 원가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저가 수주 물량이 걷히고 선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이 매출로 전환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여기에 생산성 향상 효과가 겹쳤다. 동일한 인력과 도크를 활용하면서 건조 기간을 줄이면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고 인도 일정도 앞당길 수 있다.
엔진기계 부문은 내부거래를 포함한 매출이 1조1099억원, 영업이익은 2686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6%, 전 분기 대비 23.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4.2%로 지난해 2·4분기 17.4%, 1·4분기 20.8%에서 꾸준히 높아졌다. 내부거래를 제외한 외부 매출은 7602억원으로 1.8% 줄었지만, 친환경 엔진 판매 호조세가 이익을 밀어 올렸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이중연료 엔진 등 친환경 추진 설비 수요가 늘어난 흐름이 판매 단가와 제품 구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룹 내 조선소에 엔진을 공급하면서 외부 조선사에도 판매하는 구조여서 선박 수주 확대가 엔진 수주로 이어지는 점도 강점이다. 유지·보수와 부품 판매가 뒤따르는 만큼 수익 기반도 안정적이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주요 프로젝트의 공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매출 3771억원, 영업이익 601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1%, 60.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5.9%다. 프로젝트 규모가 크고 공정 진행률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사업 특성상 분기별 변동성은 있지만, 지난해 2·4분기 15.1%에서 이익률이 개선된 점은 공정 관리 역량이 향상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린에너지 부문도 힘을 보탰다. 매출 1655억원, 영업이익 453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7.4%를 기록했다. 지난해 2·4분기 14.7%에서 12.7%p 뛰었다. 해외 판매량 증가와 판가 인상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계열사 실적도 뒷받침했다. HD현대중공업은 매출 6조3322억원, 영업이익 1조399억원을 기록했다.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7%, 120.6% 늘었다. 시장 컨센서스 9924억원을 웃도는 성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6.4%로 1년 전보다 5.0%p 개선됐다.
HD현대삼호는 매출 2조3714억원, 영업이익 5341억원으로 각각 11.9%, 43.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22.5%로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HD현대마린엔진은 매출 1281억원, 영업이익 313억원을 올려 영업이익률 24.4%를 기록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매출 1650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으로 각각 23.4%, 139.8%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합병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통합 효과는 수익성 개선의 또 다른 동력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대형선에서, HD현대미포는 석유화학제품 운반선과 중형 컨테이너선 등 중형선에서 강점을 지녔다. 설계·구매·생산 역량을 결합하면 선종별 수주 대응력이 높아지고 중복 비용은 줄어든다.
영업외 부문도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2·4분기 외환 관련 손익은 1007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손익 1866억원과 확정계약평가이익 6883억원이 파생손익 -7742억원을 상쇄했다. 금융상품손익 3804억원과 손상차손 환입 539억원 등이 반영된 기타 영업외손익은 4240억원이었다. 이에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2조1624억원, 법인세비용 5682억원을 뺀 당기순이익은 1조59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6.6% 늘었다.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순이익은 1조2874억원으로 261.2% 증가했다.
재무 체력도 한층 견고해졌다. 2·4분기 말 연결 부채비율은 146.9%로 지난해 말 133.9%보다 높아졌으나, 순차입금은 -11조5942억원으로 순차입금비율이 -61.3%까지 떨어졌다.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11조원 이상 많은 실질적 무차입 구조라는 의미다. 지난해 말 -7조1356억원(-42.2%)과 비교해 순현금이 4조4586억원 늘었다.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30.7%, 순차입금비율은 -24.9%다.
경쟁 환경 변화도 우호적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최소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도크를 채우기 위해 중국 업체와 무리하게 가격 경쟁을 벌일 필요가 줄었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등 기술력과 수익성이 높은 선종을 골라 수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수주 흐름도 순조롭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142척, 163억9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233억1000만달러)의 70.3%를 채웠다. 남은 금액은 69억2000만달러다. 연간 일정의 절반을 지난 시점에 목표의 70%를 넘긴 만큼 채산성과 납기, 선종별 건조 능력을 고려한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 노력과 고선가 선박의 매출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LNG선과 컨테이너선, 탱커 등 다양한 선종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