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철강 탈탄소 전환, 정부 역할이 성패 가른다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초기 수요 창출과 투자 리스크 완화 必

[파이낸셜뉴스]

포항철강산업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포항철강산업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글로벌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 조성 역할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저탄소 철강은 아직 기존 고탄소 공정 대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초기 수요 창출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 지원이 산업 전환 속도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내놓은 '탄소경쟁력 시대의 철강산업 재편'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기존의 규모와 원가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탄소 경쟁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향후 탈탄소 전환 속도는 단순히 저탄소 기술의 확보 여부가 아니라 탄소가격 현실화, 그린 프리미엄에 대한 시장 수용성,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저탄소 생산 방식이 기존 고탄소 공정 대비 경제성을 확보하는 시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전기용 수석연구원은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되기보다 탄소 비용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는 지역과 친환경 제품에 대한 추가 비용 지불 의향이 높은 수요처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초기 단계에는 공공조달을 통한 수요 창출, 인증 체계 마련, 핵심 인프라 구축을 주도함으로써 초기 시장 형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정부의 정책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강산업의 구조적 변화는 과거 미국 철강산업의 미니밀 확산 과정과 비교된다고 봤다. 초기 미니밀은 철근 등 품질 요구 수준이 낮은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이후 조업 및 압연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판재류 등 고부가가치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일관제철소는 고정비 부담, 수입재 증가, 수요 둔화, 경쟁 심화에 대응하며 비효율 설비 축소와 자원 재배치를 경험했다.

이는 산업 전환이 단순히 새로운 설비를 추가하는 과정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생산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과 투자가 이동하면서 기존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철강 탈탄소 전환 역시 저탄소 공정으로 생산 비중과 자원이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저탄소 프로젝트는 정책 불확실성, 낮은 수익성, 높은 수소 가격 부담 등으로 속도 조절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 등 탄소 감축 요구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저탄소 철강 구매 계약이 확대되면서 초기 시장 형성은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철강 생산 구조는 고로 중심에서 전기로 중심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2040년 글로벌 철강산업에서 전기로(EAF)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8%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30년 전후로 글로벌 고로 설비의 상당수가 수명 종료 시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시기의 투자 결정이 향후 철강산업의 탄소 배출 구조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현재는 수요 산업의 그린 프리미엄 수용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업의 자발적 투자와 민간 구매 계약만으로는 탄소저감 강재의 시장 확대 속도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초기 수요 창출과 투자 리스크 완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공공조달, 세제지원, 보조금, 인증체계, 인프라 구축을 연계한 다각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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