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부정보 빼돌려도 경고에 그쳐… 자정능력 상실한 선관위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앙·시도선관위 공직기강 위반
90%가 경징계… 관대하게 처분
성적 언행으로 물의 일으킨 직원
해임부터 주의까지 '편차'도 커

내부정보 빼돌려도 경고에 그쳐… 자정능력 상실한 선관위

최근 5년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생한 공직기강 위반 사건의 약 90%가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관리 부실부터 성비위까지 대부분의 비위에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지면서 선관위의 자정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공직기강 위반 사건 처리 내역'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중앙선관위와 각 시·도선관위에서 처리한 공직기강 위반 사건은 총 99건으로 집계됐다.

감봉·견책·주의·(불문)경고 등 경징계가 89건으로 전체의 90%가량을 차지했다.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는 10건(10.1%)에 그쳤다.

징계 사유를 유형별(중복 집계 포함)로 분류한 결과 근무관리 관련 비위는 41건(41.4%)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복무(관리) 부적정'(36건), 관리자 역할 및 관련 업무 소홀, 공정선거지원단 관리·감독 태만 등으로 주로 적발됐다. 부적절한 언행은 21건(21.2%), 조직 내 갈등과 관련한 비위는 10건(10.1%)으로 각각 분석됐다.

성비위는 9건(9.1%)으로 집계됐다. 부하 직원과 임시직 등을 상대로 한 성희롱 발언과 성적 언동, 기혼자·미혼 상대방 간 부적절한 관계, 지속적인 스토킹 등이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외부강의 신고 누락 △청탁금지법 위반 △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 위반 △내부정보 유출 △관사 입주 관련 부당한 영향력 행사 △겸직금지 의무 위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부적절한 게시글 작성 등을 이유로 징계가 내려졌다.

개별 징계 사례를 보면 비위 내용과 처분 수위 사이에 적지 않은 편차가 확인됐다. 2022년 강원선관위에서는 부하 직원들에게 성적 언동을 한 직원이 해임 처분을 받은 반면 같은 해 중앙선관위에서 임시직 직원에게 성적 언동을 한 사례는 감봉 3개월에 그쳤다. 2023년에는 경남선관위에서 성희롱 발언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감봉 1개월 처분이 내려졌고, 서울선관위에서는 미혼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기혼 직원이 견책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경남선관위에서 직원에게 성적 언행을 한 사례도 주의 처분에 그쳤다.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내부정보 유출 사례에 비교적 가벼운 징계가 내려진 사실도 확인됐다. 2022년 충남선관위에서는 '성실의무 위반(내부정보 유출)'으로 적발된 직원에게 불문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다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적절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중앙고등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11명 가운데 7명을 외부위원으로 구성해 징계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징계 절차의 독립성과 실제 처분의 적정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용기 의원은 "성비위나 근무지 이탈 같은 중대한 사안에도 경징계 위주로 대처해 온 것은 선관위의 자정 능력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엄정한 징계 기준 확립과 관리자 책임 강화 등 근본적인 자정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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