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폭력 피해자 돕는 해바라기센터... 역할에 걸맞은 운영기반 마련해야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상담·치료부터 수사·법률지원까지
숙련된 전문인력 처우개선 목소리

해바라기센터 전경
해바라기센터 전경

#. "그 사람이 언제든 저를 죽이러 올 것 같아요." 20대 여성 A씨는 해바라기센터를 찾은 뒤에도 한동안 몸을 떨었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도망치면 가족까지 위험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센터는 A씨를 안전한 곳으로 연계한 뒤 위기 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재판 과정도 지원했다. 피해 여파가 가족에게까지 미쳤다고 판단해 어머니와 형제자매 상담도 병행했다. 약 1년간 지원을 받은 A씨는 "우연히 가해자를 봐도 예전처럼 두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일상을 회복했다.

지난해 해바라기센터 이용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센터는 장기 심리치료와 가족 상담, 자립 지원까지 역할을 넓히고 있다. 출범 20년 만에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의 회복을 뒷받침하는 통합지원체계로 자리 잡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문 인력과 운영 기반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29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1개 해바라기센터(폭력 피해자 24시간 무료 지원 기관) 이용자는 3만327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상담·의료·심리·수사·법률 지원은 총 40만3198건에 달했다.

센터의 강점은 성평등부와 지자체, 시·도경찰청, 의료기관이 맺은 4자 협력체계다. 상담·의료·수사·심리 전문 인력이 한 공간에서 협업해 피해자가 여러 기관을 전전하지 않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센터는 사건 직후 대응을 넘어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장기간 동행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센터는 친부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과 어머니를 3~4년째 지원하고 있다. 피해 아동의 심리치료뿐 아니라 어머니 상담과 취업을 지원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가족들의 자조모임도 운영 중이다. 성폭력 피해는 개인을 넘어 가족관계와 생계까지 흔드는 경우가 많아 가족 단위의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센터 관계자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부모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경험을 한 가족들과 만나 서로 의지하며 회복의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역할 확대에 걸맞은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숙련된 전문 인력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처우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피해자와 수년간 신뢰를 쌓는 사례 관리 특성상 상담과 치료의 연속성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센터가 사회복지시설로 지정되면서 처우 개선의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임금과 근무 여건 개선에는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민간병원에 설치된 센터의 운영 안정성도 과제다. 최근 울산해바라기센터는 협약해지로 근로복지공단 울산병원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병원 임차료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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