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약' 수식어 빼고 숫자로…제약·바이오 공시 전면 개편
공모가 산정 4대 가정 구체화…기술이전 계약금·마일스톤 분리
[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와 언론보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시 체계를 개편한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는 공모가 산정에 사용한 핵심 가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기술이전 계약은 계약금과 조건부 마일스톤 등을 구분해 공시토록 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외부 자문위원, 제약·바이오 업계가 참여한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30일 밝혔다.
금감원은 우선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의 공모가 산정에 사용되는 가정을 일정 기준에 따라 기재하도록 했다. 앞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은 공모가 산정의 핵심 가정인 △예상 시장 규모 △임상시험 성공 확률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기간 및 소요 비용 등 4개 항목을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시장 규모는 해당 제품이 이론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전체 시장과 회사가 사업전략·생산능력 등을 고려해 실제 공략하려는 목표 시장으로 구분한다. 임상시험 성공 확률은 논문이나 기존 통계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산정하도록 했다.
허가·심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별도로 기재한다. 임상시험에 성공하더라도 품목허가 과정에서 보완자료 제출 요구, 심사 지연, 허가 반려 또는 적응증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단계별 예상 기간과 비용, 자금조달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상장 이후 기술이전 계약과 연구개발 현황에 관한 공시도 세분화한다. 기술이전 계약은 전체 계약 규모만 제시하는 대신 계약금,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로 구분하고 각각의 지급 조건과 성격을 기재하도록 했다.
마일스톤과 로열티는 임상시험 진행이나 품목허가, 판매 실적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전체 계약 규모가 계약 체결과 동시에 모두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오인되는 것을 줄이려는 취지다.
계약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대방의 규모와 사업 역량 등 계약의 실질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공시하도록 했다.
정기보고서에는 파이프라인별 '연구개발 이력관리 총괄표'를 신설한다.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과거 공개한 제품군 개발 완료·중단, 기술이전, 품목허가 등 이력을 기재한다. 최초 계획보다 연구개발 일정이 늦어진 경우에는 지연 사유와 향후 계획도 밝혀야 한다.
임상시험 결과 등 수시공시를 일반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상시험 공시에 전문용어의 의미와 해석 방법을 안내하고, 과거 파이프라인의 개발 경과를 정기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수시공시 관련 사항은 한국거래소가 현재 검토하고 있다.
공시와 기업의 언론보도 간 정보 불일치를 줄이기 위한 '제약·바이오 언론보도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하고, 기업 보도자료는 공시 내용과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시되지 않은 중요정보를 언론보도에 추가하거나 공시와 다른 내용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꿈의 신약'이나 '승인 임박', '사실상 성공'처럼 객관적인 임상 결과나 규제기관의 결정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과장·주관적 표현도 지양하도록 권고했다.
특정 투자자에게만 정보를 먼저 제공하지 않고 모든 투자자가 같은 시점에 같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도 제시했다. 기업에는 보도자료 배포 전 내용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내부 승인 절차를 마련하고, 가이드라인 위반 시 내부 규정에 따라 조치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법률이나 공시규정에 따른 직접적인 제재 기준이라기보다 기업의 정보 제공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지침이라는 점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은 향후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개선방안의 정착을 유도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상장기업과 IPO를 추진하는 비상장기업의 증권신고서 심사과정에서는 가이드라인 반영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정정요구 등을 통해 보완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김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