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운협회-BNK금융 '맞손'…동남권 해양금융에 민간자금 물꼬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선박금융 확대·한국형 표준선형 개발 협력
부산·경남은행 현장망 활용한 맞춤형 프로그램 추진
친환경 선대 전환부터 지역 조선업 수주까지 '선순환' 기대

31일 부산시 문현동 소재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김태한 경남은행장, 해운협회 양창호 부회장, 강종훈 그룹경영전략부문장, 김성주 부산은행장(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제공
31일 부산시 문현동 소재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김태한 경남은행장, 해운협회 양창호 부회장, 강종훈 그룹경영전략부문장, 김성주 부산은행장(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해운협회와 BNK금융그룹이 국적선사의 선박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선박금융 확대뿐만 아니라 한국형 표준선형 개발과 맞춤형 금융 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한다. 부산·울산·경남의 해운·조선 생태계에 민간 금융의 공급 통로를 넓혀 동남권 해양금융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운협회는 이날 부산 문현동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BNK금융그룹과 '동남권 해양금융 활성화 및 해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부회장과 김성주 부산은행장, 김태한 경남은행장, 강종훈 BNK금융그룹 그룹경영전략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 해운기업 대상 선박금융 확대 △국내 표준선형 개발 촉진을 위한 상호 협력 △한국해운협회 회원사 대상 금융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한다.

핵심은 해운업계의 수요와 금융회사의 심사·상품 설계 역량을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한국해운협회가 회원사의 선박 도입 및 운전자금 수요를 발굴하면 BNK금융그룹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중심으로 기업별 재무 여건과 사업 구조에 맞는 금융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적선사의 금융 조달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공개한 2025년 선박금융 현황에 따르면 국적선사 100개사가 보유한 선박 1041척에 대해 해당 연도 실행된 선박금융은 약 78억9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1.2% 감소했다. 선박금융 잔액은 272억8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선박가격과 금리, 운임 변동성이 맞물린 상황에서 지역 금융회사의 참여 확대가 자금 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소·중견선사에는 선박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선박금융은 선박 자체의 자산가치뿐만 아니라 용선계약, 예상 운임, 선사의 신용도와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묶이는 특성 때문에 민간 금융회사가 단독으로 취급하기 쉽지 않다. 이에 보증기관이나 정책금융기관, 민간은행이 위험을 분담하는 공동 금융 구조가 중요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친환경 선박 발주를 지원하면서 금융기관과 선·후순위 공동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해양금융 관련 경험을 축적해 왔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과거 국내 해운사의 신조선 구매자금으로 각각 4000만달러와 2000만달러를 공급한 바 있다. 경남은행은 조선·해운기업 지원을 위해 해양보증기관과 선박금융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부산은행은 해양금융 전담 조직과 전문인력 확충을 통해 선박금융뿐만 아니라 해양 인프라와 물류 분야의 사업 발굴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개별 금융 거래를 넘어 해운업에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 신조와 중고선 매입, 친환경 설비 개조, 운전자금 등 자금 용도에 따라 만기와 상환 구조를 달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량 회원사를 대상으로 금리와 수수료를 우대하거나 정책 보증을 연계하면 중소선사의 금융비용 부담도 낮출 수 있다.

한국형 표준선형 개발에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점도 주목된다. 표준선형은 선종과 크기, 항로, 적재 능력 등에 맞춰 선박의 기본 사양을 표준화하는 방식이다. 여러 선사가 유사한 사양의 선박을 공동으로 발주하면 설계비를 절감하고 건조 공정을 효율화할 수 있다. 조선소는 반복 건조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자재업체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도 조선·해운 산업의 공동발주 활성화를 위해 표준선형 개발과 발주 절차 효율화, 정보 공유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선박의 표준선형 개발과 공동발주가 국내외 선가 격차를 줄이고 해운·조선의 동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협약은 표준선형을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발주와 금융 실행으로 연결하는 민간 협력 기반이 될 수 있다.

친환경 선박 전환 수요도 금융 협력의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께 국제해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넷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08년 대비 2030년 최소 20%, 2040년 최소 70%를 감축한다는 중간 목표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연료 추진선과 에너지 효율 개선 설비에 대한 투자가 해운사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정부는 노후 선박을 해체하거나 매각한 뒤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 건조하는 사업자에게 신조선가의 약 10% 범위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한 펀드와 보증 등 금융지원도 병행된다. BNK금융그룹이 이러한 정책 프로그램과 연계해 금융 구조를 설계하면 선사는 초기 투자 부담을 덜고 금융회사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부산에는 해운·항만·물류기업과 해양금융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고, 울산과 경남에는 대형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공급망이 자리 잡고 있다. 해운사에 공급된 금융이 국내 조선소 발주로 이어지면 조선소와 기자재업체, 수리·정비기업까지 수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부산은 2009년 해양·파생 특화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뒤 해양특화 금융 기반 강화와 녹색금융 육성을 주요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금융은 해운사 한 곳의 자금 조달을 넘어 조선소 수주와 기자재 생산, 고용으로 이어지는 산업금융"이라며 "지역 금융그룹이 해운업계의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내놓는다면 정책금융 중심이던 시장에 민간자금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BNK금융그룹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해양정책과 현장을 금융으로 잇는 가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해운과 조선산업이 함께 상생하는 금융협력 모델을 구축해 부산·울산·경남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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