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폭염에 바짝 마른 제주… 전국서 찾는 구좌 당근, 파종철 '물 전쟁' 비상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 농경지 관측지점 70% 초기 가뭄 피해
구좌읍 일부 당근밭 발아율 10%에 그쳐
공공관정 467곳·급수탑 148곳 가동
8개 마을 공용 물백 16개·160t 배치
농민들 노후 관로 개선·용수원 확충 요구
제주도 "급한 곳 우선 급수… 배수지 증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당근 재배지에서 메마른 밭 토양을 직접 만져보며 수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강수 부족과 폭염으로 구좌지역 일부 당근밭의 발아율이 10%에 그치는 등 초기 생육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당근 재배지에서 메마른 밭 토양을 직접 만져보며 수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강수 부족과 폭염으로 구좌지역 일부 당근밭의 발아율이 10%에 그치는 등 초기 생육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강수 부족과 폭염으로 제주 밭작물 재배지의 토양수분이 '부족'과 '매우 부족' 단계까지 떨어졌다. 제주 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에서는 파종과 함께 물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일부 밭의 발아율이 10%에 그치는 등 초기 생육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2일 제주도와 제주도 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최근 농경지 토양수분 관측지점 27곳 가운데 14곳(52%)이 초기 가뭄, 5곳(18%)이 가뭄 상태로 조사됐다. 관측지점 10곳 가운데 7곳에서 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수분이 부족한 셈이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농업용수 급수지원 현장과 당근 재배지를 찾아 용수 공급과 파종 상황을 점검했다. 현장에는 사단법인 제주당근연합회와 지역농협 관계자, 강동우 제주도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 발아율 10%… 파종 초기부터 피해 현실화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당근밭에서 농업인들에게 파종과 농업용수 공급 상황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농업인들은 급수시설 확충과 노후 관로 개선, 가뭄 장기화에 대비한 용수원 다변화를 요청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당근밭에서 농업인들에게 파종과 농업용수 공급 상황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농업인들은 급수시설 확충과 노후 관로 개선, 가뭄 장기화에 대비한 용수원 다변화를 요청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당근 농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파종 직후 필요한 물을 제때 공급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장 농업인은 위성곤 지사에게 "8월부터 당근 파종이 본격화하지만 가뭄이 심해져 지금 발아율이 10%에 그치고 있다"며 "토양에 수분이 워낙 부족해 많은 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당근은 파종 뒤 초기 수분 공급이 고르지 않으면 씨앗이 제대로 싹트지 않아 재파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파종 지연과 발아 불량이 겹치면 수확량 감소는 물론 출하시기와 농가 소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도내 당근 재배 의향면적은 1865㏊로 대부분 구좌읍에 몰려 있다. 지난 7월 25일부터 파종이 시작됐지만 토양이 말라 작업이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 7월 29일 기준 당근 파종률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 조사에서 10% 안팎, 농업기술원 조사에서는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약 20%로 파악됐다. 조사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아직 파종 초기 단계라는 점은 같다.

당근에 이어 양배추는 8월 중순부터 정식에 들어가고 월동무와 브로콜리는 8월 말부터 파종·정식이 예정돼 있다. 재배 의향면적은 월동무 5457㏊, 양배추 1998㏊, 브로콜리 994㏊다.

폭염과 가뭄이 이달까지 이어지면 물 부족이 당근에 그치지 않고 제주 월동채소 생산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콩 재배지에서도 수분 부족으로 식물체가 시드는 위조 현상이 나타났다. 도내 콩 재배면적은 4229㏊로 제주시 3298㏊, 서귀포시 931㏊다. 현재 전반적인 생육은 양호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 지역이 넓어질 수 있다.

■ 구좌 8개 마을에 물백 160t… 급수 거점 확대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당근밭에서 농업인들이 파종한 밭에 물을 뿌리고 있다. 폭염과 강수 부족으로 토양수분이 떨어지면서 당근 주산지인 제주 동부지역에서는 파종과 초기 발아에 필요한 농업용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당근밭에서 농업인들이 파종한 밭에 물을 뿌리고 있다. 폭염과 강수 부족으로 토양수분이 떨어지면서 당근 주산지인 제주 동부지역에서는 파종과 초기 발아에 필요한 농업용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도는 지난 7월 24일 농작물 가뭄대책 전담팀을 꾸리고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총괄상황반과 대응지원반, 현장대응반, 기술지원반 등 4개 반이 토양수분과 작물 생육, 농업용수 공급 상황을 점검한다.

제주시에서는 공공관정 467곳과 저수지 8곳을 가동하고 정비를 마친 급수탑 148곳을 통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김녕·월정·한동 등 구좌지역 8개 마을에는 공용 물백 16개를 설치해 모두 160t을 저장할 수 있는 급수 거점을 마련했다.

급수 수요가 있는 농가에는 양수기와 물백 등 장비도 빌려준다. 제주도 전체적으로는 공공관정 904곳과 양수기 318대, 급수탑 206곳, 물백 517개, 송수호스 20.93㎞를 가뭄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

공공관정과 급수탑, 물백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급수차량을 투입한다. 가뭄이 심해지면 소방차와 액비 운반차량, 레미콘 차량까지 농업용수 수송에 활용하는 단계별 비상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농업인들은 현장에서 급수시설 확충과 노후 공급설비 개선을 요청했다. 물이 확보돼도 낡은 관로나 부족한 배수시설 탓에 농가까지 제때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다.

용수원 다변화와 장기적인 공급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위 지사는 관계기관에 공급설비와 수질을 점검하고 추가 용수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 저수지 40%대·지하수위 하강… 생활용수도 압박

위성곤 제주도지사와 관계자들이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저수지에서 저수량과 농업용수 공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도내 농업용 저수지 10곳의 저수율은 40%대에 머물렀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위성곤 제주도지사와 관계자들이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저수지에서 저수량과 농업용수 공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도내 농업용 저수지 10곳의 저수율은 40%대에 머물렀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농경지의 수분 부족은 제주 수자원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28일 기준 제주지역 지하수위는 최근 10년 평균보다 2m 낮았다. 도 전역의 관리 기준수위보다는 2.94m 높아 즉각적인 고갈 단계는 아니지만, 3~6월 강수로 회복하던 지하수위가 7월 17일부터 다시 하강세로 돌아섰다.

제주도가 집계한 농업용 저수지 10곳의 총저수량은 429만6000t이다. 지난 7월 29일 기준 저수율은 40.3%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유효저수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공사 관리 저수지 10곳의 저수율도 40.8%에 머물렀다.

저수지별 차이도 크다. 용수저수지는 72.9%, 무릉저수지는 72.3%, 성읍저수지는 68.4%지만 송당저수지는 20.6%, 함덕저수지는 15%에 그쳤다.

개보수 중인 수산·광령저수지를 제외한 8곳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은 155만5100㎥다. 하루 1만4200㎥씩 공급하면 약 109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제주도 관계자들이 농경지에 설치한 대형 물백에 농업용수를 채우고 있다. 제주도는 당근 파종이 집중되는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공공관정과 급수탑, 물백, 양수기 등을 투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도 관계자들이 농경지에 설치한 대형 물백에 농업용수를 채우고 있다. 제주도는 당근 파종이 집중되는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공공관정과 급수탑, 물백, 양수기 등을 투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폭염에 물 사용량이 늘면서 일부 중산간에서는 저수압과 단수 민원도 발생했다. 지난달 제주지역 생활용수 하루 공급량은 44만3597㎥로 전체 시설용량의 86% 수준이다. 지난해 7월보다 하루 1017㎥ 늘었다.

7월 중 접수된 저수압·단수 민원은 25건이다. 15건은 조치가 끝났고 10건은 복구와 공급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는 가뭄이 심화하면 예비 지하수 90공을 추가 가동해 하루 최대 9만6004㎥를 확보할 방침이다. 빗물이용시설 1821곳과 동·서부 하수처리장의 하루 5000㎥ 규모 재이용시설도 보조 수원으로 활용한다.

위 지사는 "발아기에 물을 제대로 공급하느냐가 올해 당근 농사를 좌우한다"며 "기상과 토양수분, 지역별 수요를 끝까지 점검하고 급한 지역부터 용수 공급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제기된 노후 관로 개선과 배수지 증설, 용수원 확보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반복되는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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