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어느때든 배우고 직업 찾도록… 평생교육 허브될 것" [fn이 만난 사람]
이철수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늘어나는 수명에 비해 정년은 일러
재취업 원하는 신중년에 새 기술 교육
중장년특화과정 지원자 2년새 3배로
전기계열 인기… 목공·요리도 관심 커져
청년층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도 팔걷어
현장 수요 반영하고 실습 위주로 교육
'쉬었음' 청년 은둔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이테크과정 확대·개편 방안 검토
전국 단위 인프라 갖춘 폴리텍대학
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재 연결
모든 과정에 AI교과 편성해 변화 대응
올 반도체 인재 2160명 양성 계획도
은퇴 인구 증가와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직업능력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 생산가능인구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 논의, 청년층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이어지면서 직업교육기관의 역할과 책임도 한층 커졌다. 파이낸셜뉴스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국내 대표 기술인재 양성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의 이철수 이사장을 만나 직업교육의 역할과 향후 과제를 들었다.
3일 인천에 있는 학교법인 한국폴리텍 본부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모두 포용하는 '취업사관학교'를 넘어 '평생 직업교육 허브'를 지향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정년 도래 등으로 재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중장년층을 '신중년'이라고 표현했다. 폴리텍대학 중장년특화과정 지원자는 2024년 2500명에서 올해 770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경쟁률도 2023년 2.5대 1에서 올해 3.8대 1로 높아졌다.
이 이사장은 "퇴직자들이 기술을 배워야 제2의 인생을 꾸려갈 수 있다고 자각하고 있다"며 "노후 준비와 기술 재교육, 실제 노동시장 재진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강화한다. 이 이사장은 '쉬었음' 청년 증가와 청년 실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고, 직무 역량 교육이 취업과 사회 진입으로 이어지도록 가교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중장년 재취업과 관련해 폴리텍대학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중장년 재취업은 개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 국가가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가 됐다. 기대수명은 늘고 있지만 정년은 여전히 이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산업현장에서는 숙련도와 책임감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중장년층이 다시 배우고 다시 일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공무원연금공단과 협력해 퇴직 예정자와 퇴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해 왔다. 올해는 국민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형 은퇴 설계와 재취업 기술교육 연계 체계를 마련했다. 기술을 통해 인생 2막을 준비하고 다시 산업현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든든한 연금 지급처'와 같은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
―중장년층이 가장 많이 찾는 교육과정과 취업 성과는.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는 전기계열이다. 올해 서울정수캠퍼스의 전기설비 직종 경쟁률은 10.8대 1, 성남캠퍼스의 전기내선 직종은 11대 1에 달했다. 전기·설비·용접·기계처럼 자격 취득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과정의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목공·헬스케어·한식조리와 같은 생활밀착형 기술과정도 5.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중장년층의 관심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취업 성과도 개선되고 있다. 중장년특화과정 수료생의 2025년 상반기 취업률은 64.3%로, 2024년보다 5%p 이상 상승했다.
―기술을 배우려는 중장년층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배움에 다시 나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중장년층이 시간과 장소, 생활 여건의 제약 때문에 배움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유연하고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많은 중장년층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교육비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부담을 느낀다. 이들의 상황에 맞는 교육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폴리텍대학의 중장년특화과정은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비슷한 연령대의 교육생들이 함께 배우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동기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맞춤형 교육 환경은 학습의 지속성과 과정 완주율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다. 교육과정도 실습 중심의 단계별 학습과 단기 모듈형 과정으로 구성해 각자의 여건과 필요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비와 실습 재료비, 기숙사비, 식비 등을 국가가 지원해 경제적 부담도 덜고 있다.
―'한국형 평생직업교육 선도 모델(K-SHIFT)'은 국민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나.
▲K-SHIFT는 국민 누구나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필요한 기술을 다시 배우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한국형 평생직업교육 모델이다. 청년과 재직자, 중장년 모두가 필요할 때 다시 배우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직업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K-SHIFT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한 번의 전공 선택이나 첫 직장이 개인의 미래를 고정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청년은 전공과 무관하게 신산업 분야에 다시 도전할 수 있고, 재직자는 일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혀 직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중장년에게는 경력 전환을 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다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디지털 기반 교육, 모듈형·융합형 학습 구조, 유연한 입학과 학습 경로, 산업현장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핵심으로 두고 있다. 한 번 입학해 졸업하면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 다시 들어와 배우고 새로운 역량을 쌓을 수 있는 학습 경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반대학, 다른 직업교육기관과 비교할 때 폴리텍대학의 장점은.
▲현장성과 공공성, 산업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력, 전국 단위 인프라를 갖춘 공공 직업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직업교육은 산업현장에서 통하느냐로 평가받는다. 폴리텍대학은 교육과정과 실습 환경, 교육 방식을 모두 산업현장 중심으로 설계해 왔다. 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인재를 적시에 연결해 온 강점도 갖고 있다.
공공적 기반을 바탕으로 산업 변화에 맞는 학과 신설·개편과 교육과정 재편 등을 책임 있고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연평균 500억원 규모의 학과 신설·개편 예산을 투입해 신성장·신기술 분야 학과를 확대하고 전통 학과의 경쟁력도 높여 왔다.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폴리텍대학의 역할은.
▲AI와 자동화, 디지털 전환, 제조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직업교육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제 직업교육은 산업 변화에 맞춰 필요한 역량을 계속 배우고 보완할 수 있는 상시적 교육체계가 돼야 한다.
청년의 첫 취업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재직자의 재교육, 중장년의 재취업과 경력 전환까지 포괄하는 평생 직업교육 체계로 기능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 전환의 속도를 먼저 읽고 이를 교육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폴리텍대학은 정부의 AI 확산 정책에 맞춰 전국 41개 캠퍼스의 모든 교육과정에 AI 교과를 편성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를 결합한 AX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첨단 AI 연구와 산업현장을 연결하는 기반도 마련했다. 지역 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실습실을 구축해 산업현장형 AI 교육 플랫폼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산업계의 인력 수요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영호남권에 반도체 인력 양성 거점 학과를 지정했다. 최근 3년간 23개 학과를 신설해 권역별 인재 양성 체계를 준비해 왔으며, 올해도 반도체 기술인재 216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전국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민·산업·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직업교육 허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I 시대에 학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은.
▲앞으로의 직업교육은 기술교육의 기반 위에 교양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기본 역량, 즉 생각하는 힘과 서로 협력하는 힘이 더욱 중요해진다. 폴리텍대학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 교양교육을 확대하고 교양 분야 교원을 충원해 교육 기반을 더욱 충실히 갖출 계획이다.
AI 시대에는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현장과 사회에 연결하며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폴리텍대학은 기술을 익히는 교육을 넘어 사람을 성장시키는 직업교육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청년 취업난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폴리텍대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노동시장의 핵심 문제는 일자리의 절대량만이 아니다. 기업이 원하는 역량과 청년이 준비한 역량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데 있다. 폴리텍대학은 현장 실습 중심 교육과 산업 수요 반영형 교육과정, 첨단기술 분야 집중 양성을 통해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폴리텍대학의 하이테크과정은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단기간에 실무 역량을 키우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한 실무 중심 교육과정이다. 비전공자도 신산업 분야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경로를 열고, 현장 장비를 활용한 실습 교육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쉬었음' 청년이 고립·은둔 청년으로 이어지는 사회 문제에 대응해 장기적으로 하이테크과정을 확대·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청년이 보다 쉽게 직업능력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과정의 문턱은 낮추고 선택의 폭은 넓히는 한편, 심리 상담과 경제교육 등 성장과 자립에 필요한 지원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과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재직자,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중장년에게 경력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자산이며, 인생 2막을 더욱 넓고 단단하게 펼칠 수 있다. 재직자에게는 변화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대비해야 할 과제이며, 변화를 준비하는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잡는다고 말하고 싶다. 청년들에게 전공이나 출발선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통하는 실력을 끝까지 갈고 닦는 것이다.
직업교육은 단지 취업을 위한 수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변화하는 시대에 국민의 삶을 지탱하고 산업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힘이다.
[email protected] 김준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