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코소보에서 싹튼 이란전쟁
1999년 6월 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공습을 78일 동안 얻어맞았던 유고슬라비아는 마침내 코소보에서 물러나며 전쟁을 끝냈다. 미국은 코소보 전쟁에서 지상군 없이 폭격만 반복해 정치적 목표를 달성했다. 현지 정가에서는 이런 방식이 다른 곳에서도 통한다는 믿음이 싹텄다. 그렇게 지난 2월에 이란을 때렸다.
이란은 157일이 지나도 항복하지 않았다. 지난 5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정치 평론가 라미 알 다바스는 이란이 △넓은 영토 △수십년의 전쟁 준비 △정치·사상적 통제라는 면에서 유고슬라비아와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폭격만으로 전쟁을 끝낸다는 발상 자체에 부정적이다. 유고슬라비아의 장비는 나토의 폭격에도 건재했고, 전후 조사 결과 나토가 주장한 전공 중 상당수는 오폭이었다.
사실 유고슬라비아는 3차 세계대전을 걱정하는 러시아의 압박에 떠밀려 마지못해 협상에 응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로버트 페이프 정치학 교수는 지난해 6월 기고에서 "현대 역사상 지상군 없이 공군력으로 정부를 무너뜨린 사례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나토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가다피 정권을 맹렬히 폭격했으나, 전쟁을 끝낸 군대는 지상에서 수도를 점령한 반군이었다.
지난 3월 페이프는 이란을 점령하지 못한 채 공중에서 압박만 가하면 지상의 이란 정권을 더욱 강화하고 극단적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는 폭탄이 떨어져도 멈추지 않는다. 재편될 뿐이다"라며 점령 없는 압박을 반복하면 지상의 정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지는 얼마 없다.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두고 걸프전처럼 수십만명의 미국인을 지상전에 투입하는 것은 정치적 자충수다. 내부 봉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란 경제는 러시아·중국의 지원으로 계속 버티고 있다. 국경의 쿠르드족 반군을 이용해 지상에서 대리전을 치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다만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족이 전후 독립국 건설을 요구하면, 미국 입장에서 쿠르드족을 경계하는 튀르키예와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지난달 나토 회의에서 튀르키예 정상에게 쏟아낸 칭찬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 안되면 러시아·중국의 손을 빌려 이란을 협상장에 데려와야 한다. 억지 대화가 트럼프의 뜻대로 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민주화운동에 휘청였던 이란의 신정체제는 트럼프가 시작한 전쟁 덕에 반정부 세력을 깔아뭉개며 기사회생했다. 이들이 과연 평화를 원할까?
[email protected] 박종원 국제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