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사업장까지 번진 '삼전닉스'발 N% 성과급 요구…"의무교섭 대상 아냐"
소규모 쇼핑몰·광고대행사서 영업익 연동 요청
사업주들, 원부자재·외주비 등으로 가용 현금 제한 토로
전문가 "영업익만으로 전체 손익 판단 어려워"
4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매출이나 계약이 증가한 일부 중소사업장에서 업무량 증가를 근거로 성과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김씨 회사 직원들은 상반기 영업이익의 10%를 특별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 직원들에게 나눠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수년간 경영 실적이 개선된 해에는 김씨가 재량으로 직원들에게 정액의 성과급을 지급해 왔지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요구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사기 진작 차원에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음 시즌 상품을 위한 원단·부자재 구입비와 생산비, 재고 부담, 아직 회수하지 못한 거래대금까지 고려하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는 방식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직원 10여명이 근무하는 서울 소재 광고·마케팅 대행사에서도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제기됐다. 업체 대표 A씨(52)는 "광고주에게서 대금을 받기 전에 매체 집행비와 외주비를 먼저 지출하는 경우가 있어 영업이익과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에는 차이가 있다. 다음 프로젝트 대비 운영자금도 확보해야 해 매년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해 달라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결정했으며,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후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삼성바이오로직스·카카오 노조는 각각 영업이익의 20%·13~14%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등 'N% 성과급' 논쟁은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등이 주최한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쟁으로 바라본 노란봉투법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경영성과급을 기업 이익의 사후 배분으로 보고 의무적 단체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은 경영성과급을 근로의 대가가 아닌 기업 이익의 사후 배분으로 판단했다"며 "임금·복지·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경영성과급 같은 경영 판단의 영역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오인될 수 있는 만큼 근로조건과 경영권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영업이익은 주된 영업 활동에서 발생한 이익을 분류한 개념일 뿐 회사 전체 손익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며 "영업외손실이 커 회사 전체로는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영업이익은 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사협상으로 정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성과급이 노동자의 처우와 소득에 직결되고 수십년간 노사 합의에서 다뤄져 온 만큼 교섭·노동쟁의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성과 배분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며, 그 과실이 원청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하청 노동자와 지역사회에도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