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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채 안 팔고 엔화 방어…美, 연준 FIMA 확대 압박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일본의 엔화 방어를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달러 유동성 지원 장치 확대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미·일 공동 환율 방어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도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엔화 약세를 막는 동시에 미국 국채시장까지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연준이 행정부의 환율 정책에 어디까지 협조할지를 놓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연준의 FIMA(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ies Repo Facility)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FIMA는 해외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해외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것을 막아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국채를 시장에 내다팔지 않고도 필요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베선트 장관은 현재 거래 상대방당 600억달러로 제한된 차입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향후 몇 달 안에 규모가 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도 앞으로 외환시장 개입 재원을 마련할 때 FIMA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일본이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상황을 막는 데 있다. 통상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보유액을 팔아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본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은 미국 국채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기존 방식대로 외환시장 개입을 이어갈 경우 미국 국채를 매각해 달러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FIMA를 이용하면 미국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빌릴 수 있어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도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은 약 1조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제약 요인은 보유 국채 규모가 아니라 거래 상대방당 600억달러로 설정된 차입 한도다. 이 한도가 확대되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여력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데 이어 후속 지원 장치까지 마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요청은 지난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에게도 첫 정책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FIMA 한도 확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연준은 금융시장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금융안정이 위협받을 때만 이런 비상 유동성 장치를 활용해왔다.

현재 미국 국채시장이나 금융시장이 FIMA를 가동해야 할 정도의 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이번 요청은 통화정책 목적보다는 환율 정책 지원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실제 한도를 확대하지 않더라도 미국 정부가 일본의 환율 방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신호만으로도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의 공세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엔화 방어를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FIMA 레포(FIMA Repo) 제도 한도 상향을 언급한 가운데, 연준이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지난 7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첫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 재무부가 엔화 방어를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FIMA 레포(FIMA Repo) 제도 한도 상향을 언급한 가운데, 연준이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지난 7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첫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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