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캄보디아 피해 카자흐스탄까지 간 스캠 조직…韓 조직원 19명 검거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캠 저지른 한국인 조직원 19명 검거
중앙아시아 거점 스캠 조직 타격 첫 사례
우리 국민 16명에게서 6억원 편취 혐의
향후 피해액·가담자수 늘어날 가능성도

경찰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한국인 스캠 범죄 조직원들을 검거한 뒤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경찰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한국인 스캠 범죄 조직원들을 검거한 뒤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카자흐스탄 당국과 합동 작전을 벌여 우리 국민을 상대로 스캠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 조직원 19명을 검거했다. 캄보디아 단속을 피해 중앙아시아로 거점을 옮긴 한국인 스캠 조직을 현지에서 직접 타격한 첫 사례다.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3일 카자흐스탄 당국과 합동 작전 '바늘(INE)'을 통해 알마티에 있는 스캠 범죄 사무실과 조직원 은신처를 급습하고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에 체류하던 같은 조직 소속 조직원 5명도 붙잡았다.

이들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콜센터를 차린 뒤 대법원 등기와 검사·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겁을 먹은 피해자를 숙박업소로 이동시켜 가족과 지인 등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는 이른바 '셀프 감금' 상태로 만든 뒤 보유 재산을 송금하도록 유도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우리 국민 16명에게서 약 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해액과 가담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전체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달하고 범행 가담자도 4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추가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공동작전을 하기 위해선 체포영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혐의 입증을 위한 최소한의 범죄사실"이라며 "송환하고 조사하면서 추가 범죄사실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거된 피의자들 연령은 27세부터 42세까지로 대부분 30대 중반의 남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순차 송환된 뒤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피의자 19명 가운데 14명이 구속됐고 나머지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거나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해당 조직은 당초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했으나 현지 단속이 강화되자 베트남을 거쳐 지난 4월 카자흐스탄으로 범죄 거점을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캄보디아 집중 단속을 피해 인접국으로 이동하는 '1차 풍선효과'에 이어 인접국의 단속마저 강화되자 원거리 제3국으로 거점을 옮기는 '2차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캄보디아 사례는 범죄가 발생한 뒤 사후적으로 조치된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조직원들의 움직임을 추적해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타격했다"며 "통상 범행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국내로 송환되면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데, 이번에는 원점타격을 하다 보니 피의자들도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다 자백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카자흐스탄을 새로운 범죄 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으로는 잘 갖춰진 기반 시설과 도주에 유리한 지리적 여건 등이 꼽힌다. 카자흐스탄은 중국·키르기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다른 국가로 이동하기 쉬운 데다 현지인과 한국인의 외모가 비교적 비슷해 조직원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점도 거점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검거는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경찰청은 한국인 스캠 조직이 동남아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거점을 옮긴 정황을 포착했고, 국가정보원은 정보 협력 채널을 가동해 카자흐스탄 당국과의 공조를 이끌었다. 외교부와 주알마티총영사관은 현장 활동을 지원했으며, 법무부도 형사사법공조 절차에 긴급 착수했다. 카자흐스탄 당국과의 긴밀한 국제 공조도 작전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은 도주한 피의자와 가담이 의심되는 조직원들을 추적하는 한편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압수물 분석과 피의자 조사를 통해 추가 범죄사실과 전체 범행 규모를 면밀히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초국가범죄 대응 TF는 앞으로도 범죄 조직이 지구 반대편 등 아무리 멀고 생소한 지역으로 숨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스캠 범죄 조직원들의 작업장 내부. 경찰청 제공
스캠 범죄 조직원들의 작업장 내부. 경찰청 제공

[email protected]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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