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도박빚만 수십억 BJ…웹툰 보던 청년까지 노리는 불법도박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BJ 철구, 원정도박·사채 돌려막기 끝에 60억원대 피소 청년층 즐겨 찾는 불법 콘텐츠에 도박 배너 스포츠 베팅 거쳐 바카라·온라인 카지노로 전문가 "소액 베팅, 어느 순간 급격히 빠져들어"

BJ 철구(본명 이예준). 본인 방송 화면 갈무리.
BJ 철구(본명 이예준). 본인 방송 화면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일과가 끝나면 생활관에서 스마트폰으로 사다리를 타는 병사가 절반은 됐어요."
재작년 전역한 A씨(20대)는 군 복무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몇천원씩 건 사다리 게임과 해외축구 베팅은 생활관의 흔한 이야깃거리였다. 잃은 돈을 만회하려 판돈을 키우거나 온라인 카지노로 넘어가는 장병도 있었다.

최근 인터넷방송인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원정도박과 불법 사채 이용을 고백한 뒤 60억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되면서 청년들이 불법 도박을 접하는 환경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씨가 도박에 쓴 돈은 수십억원에 달했지만, 청년층의 도박은 사다리 게임이나 해외축구 베팅 같은 간단한 '놀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이씨를 수사하고 있다. 동료 인터넷 방송인과 관련 법인은 이씨가 변제 능력이 없으면서도 거액을 빌렸다며 고소장을 냈다. 피해 주장 금액은 60억원가량이다.

이씨는 방송에서 2024년부터 필리핀 원정도박을 했고, 일주일 동안 10억원 이상을 쓴 적도 있다고 밝혔다. 돈이 부족해지자 사채와 동료 방송인들의 돈으로 기존 빚을 돌려막았다고 했다.

한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노출된 20여개의 사설 도박광고 배너. (오른쪽)다른 사이트의 광고에서는 배너 광고주를 모집하기도했다. 사이트 갈무리
한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노출된 20여개의 사설 도박광고 배너. (오른쪽)다른 사이트의 광고에서는 배너 광고주를 모집하기도했다. 사이트 갈무리

이씨 사례는 해외 카지노에서 수십억원을 잃은 극단적인 경우지만, 청년들이 불법 도박과 처음 마주치는 곳은 일상적인 온라인 공간이다. 웹툰이나 드라마를 무료로 보려고 찾은 불법 사이트가 도박장 입구가 되기도 한다.

상당수 불법 웹툰·영상 사이트는 사설토토와 온라인 카지노 광고비로 운영된다. 무료 콘텐츠로 이용자를 모은 뒤 곳곳에 도박 광고를 띄우는 방식이다.

실제로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는 도박 배너 광고로 9억5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적발됐다. 지난해 붙잡힌 불법 콘텐츠 허브 운영 일당도 32개 도박사이트 광고로 52억9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에서 접한 도박은 또래집단을 통해 실제 베팅으로 이어진다. A씨는 "사다리타기나 축구 경기에 몇천원씩 걸어 처음에는 놀이처럼 여겼다"며 "잃은 돈을 만회하려다 판돈이 커지고 다른 게임까지 찾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불법도박 이용자들은 소액으로 시작한 사다리 게임에서 스포츠도박, 바카라 등 온라인 카지노로 옮겨가는 식이다. 가입과 입금이 간단하고 일반 게임과 화면이 비슷해 주변에서 알아채기도 어렵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소액으로 시작해 한번 돈을 따면 그 경험을 반복하려는 욕구가 생긴다"며 "어느 순간 급격히 빠져들어 차입이나 절도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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