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안 줄이면 ...'가만히 있어도 힘든 찜통 더위' 50일 이어진다
기상청 탄소 감축 실패 땐 극심한 더위 1.8→51.6일
온열지수 33.3도 넘어..제주 두달 이상 이어질 수도
[파이낸셜뉴스]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처럼 계속 늘리면 금세기 말 우리나라 여름철에 두 달 가까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견디기 힘든 더위'가 50일 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제주와 서·남해안은 위험도 자체가 가장 높고, 수도권은 상승 폭이 가장 가팔라 지역별로 대응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6일 1㎞ 해상도의 남한 상세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활용해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의 온열지수와 열 스트레스 발생일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온열지수(WBGT)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수증기압을 함께 반영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야외 작업자의 온열질환 예방에 주로 활용된다. 온열지수가 30도를 넘으면 천천히 걷거나 가벼운 수작업을 할 때도 열 스트레스를 받고, 33도 이상이면 쉬거나 앉아 있어도 몸이 더위에 부담을 받는다.
현재(2000~2019년) 여름철 전국 평균 온열지수는 26.9도다.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서는 금세기 후반기 29.5도, 중탄소(SSP2-4.5)에서는 31.2도로 오른다.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고탄소 시나리오(SSP3-7.0)에서는 33.2도까지 치솟아 현재보다 6.3도 높아진다. 여름철 평균 자체가 가만히 있어도 열 스트레스를 받는 단계에 진입하는 셈이다.
지역별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현재는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가 30도를 넘는 기초지자체가 한 곳도 없지만, 고탄소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전국 시·군·구의 66.4%에서 평균 온열지수가 33도 이상, 나머지 32.0%도 30도 이상에 놓일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상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여름철 가벼운 활동만으로도 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위험도의 절대 수준은 제주와 전남 등 서·남해안이 가장 높다. 기온에 높은 습도까지 겹치면서 이들 지역의 금세기 후반기 평균 온열지수는 34도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상승 폭은 수도권 서부와 충남 서부에서 가장 컸다. 수도권 여름철 평균 온열지수는 현재 27.1도에서 최대 33.7도로 6.6도, 충남은 27.0도에서 최대 33.4도로 6.4도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는 날도 급증한다. 온열지수 33도 이상인 '극심한 열 스트레스 발생일'은 현재 연평균 1.8일에서 저탄소 19.2일, 중탄소 36.1일,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51.6일로 약 29배 늘어난다. 여름철 두 달 가까이 가만히 있어도 열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는 60.9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아 연간 두 달 이상 위험한 더위가 이어질 수 있다. 기온만을 기준으로 한 폭염일도 현재 13.1일에서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80.4일로 6배 이상 많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야외 건설 현장과 물류·배달, 농축수산업 등 더위에 직접 노출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작업시간 조정과 휴식 확대 등 대응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야외작업 중 열 스트레스 발생 가능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표준 시나리오 기반 정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이보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