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낀 집 산 무주택자 어쩌란 말이오"
실거주 유예-세제개편 엇박자
"하루아침에 투기꾼으로 몰려"
커진 稅부담… 제도보완 지적
#. 무주택자 A씨는 정부의 '실거주 유예' 방침을 믿고 올해 6월 세 낀 매물을 매수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에서도 무주택자가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사면 전세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를 미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씨가 매수한 주택은 세입자 계약이 2028년까지 남아 있어 당장 입주를 원해도 할 수 없다. A씨는 "정부 방침을 믿고 집을 샀는데, 하루아침에 비거주 1주택자가 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2026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실거주 의무 유예 방침에 따라 세입자가 있는 '세 낀 주택'을 매수한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실거주를 유예해주겠다고 해놓고도 세제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면서 이들을 구제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1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에 따른 매물잠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토허구역 실거주 유예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사면 거래 허가 이후 4개월 이내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사는 무주택자에 한해 최대 2028년 5월 11일까지 실거주 의무 이행 시점을 미뤄줬다. 세입자의 전세계약 만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를 늦춰 매물잠김을 풀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실거주 유예 대상자를 비거주 1주택 예외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세제개편안은 부득이한 사유 등으로 비거주한 기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는 경우를 △1년 이상 계속해 거주 중인 주택에서 취학, 직장 변경, 질병, 해외 체류 등으로 이전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거주할 수 없는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는 일부 특례주택인 경우 △등록임대주택 중 건설임대주택이거나 매입임대주택인 경우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실거주를 유예받은 무주택 매수자도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종부세 체계를 개편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기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췄다. 실거주 1주택자보다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실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무주택자는 "정부의 말을 믿고 세입자 만기가 되면 바로 들어가 살 생각으로 집을 구했다"며 "하루아침에 투기꾼으로 몰려 징벌적 과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실거주 유예 제도와 이번 세제개편이 충돌하지 않도록 경과규정이나 적용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도 제도를 먼저 시행한 뒤 문제가 생기면 보완해왔다"면서도 "다만 현재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보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최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