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고 주식했는데, 전셋값까지 날려버렸어"...포모 개미들의 통곡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내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꿈인데, 적금만 들어선 평생 못살 것 같더라고요."
서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주식 앱과 부동산 앱을 번갈아 열어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A씨는 월급을 쪼개 드는 시중은행 적금 금리로는 평생 서울 아파트 문턱도 못 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올해 초부터 주식에 뛰어들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때, 계좌에 불어나는 수익에 혹한 A씨는 반도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까지 손을 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악재와 외국인의 매물 폭탄에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그의 레버리지 계좌 수익률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불장에 벌어둔 수익이 고스란히 사라지다 못해 마이너스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책이 발표됐다. A씨는 "물타기도 포기하고 더 잃기 전에 정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적금은 답이 없다고 생각해서 주식을 했는데 이마저도 실패하니 언제쯤 집을 살 수 있을까 싶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최근 투자 커뮤니티에는 A씨처럼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잔인한 변동성에 멘탈이 붕괴된 개인 투자자들의 자책이 이어지고 있다. "적금 들면 바보 소리 듣던 분위기에 홀려 주식으로 집 사려다 원금 다 날렸다", "주식 폭락으로 집값 보태기는커녕 전세 재계약할 돈까지 날아가게 생겼다"는 통곡이다.
지난달 27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25개 자치구 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 분석 결과, 올해 1~6월 총 6만1425건의 자금조달계획서가 제출됐으며 이들이 매수한 주택의 시가총액은 약 57조2486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눈여겨 볼 부분은 부동산 거래대금 자금 출처다. 주식·채권 매각대금 4조5000억원이 주택 매입에 흘러들어갔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이익을 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부동산으로 옮겨간 모습이 관찰된 셈이다.
지난달 26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9세 이하의 주택 보유율은 27.7%로 1년 전보다 2.4% 하락했다.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순자산 역시 2억1950만원으로 전년보다 0.9% 줄었다. 반면 청년층 순자산이 감소하는 동안 중장년층 자산은 꾸준히 늘어 자산 격차가 벌어지면서 '내 집 마련'의 꿈도 함께 멀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으로 크게 벌어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을 만들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인증글'에 노출되면 상대적 박탈감에 휩쓸리기 쉽다. 실제로 지난 3월 리서치 전문업체 오픈서베이가 전국 20~64세 남녀 중 최근 1년 내 금융 투자 경험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금융 투자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30대는 유튜브(38.5%), 생성형 AI(12.3%), 사회관계망서비스(SNS·10.3%) 등 온라인에서 주로 정보를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관련한 정보 수집 경로가 SNS와 투자 커뮤니티 등으로 한정될 경우,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보게 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여기에 차근차근 모아서는 도저히 수도권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더해지면 위기관리 감각이 마비될 수 있다. 누군가는 주식으로 수억원을 벌어 아파트를 샀다는 소문 하나가 극단적인 포모(FOMO·소외공포)를 유발하고, 무리하게 신용이나 레버리지를 당겨 베팅하는 자폭성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식 투자와 관련된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나만 빼고 큰 수익을 냈다', '완벽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나만 모른다' 등 왜곡된 생각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포모와 관련된 불안은 정보가 과다할 때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주식 앱의 알람을 끄거나 관련 SNS, 영상, 오픈채팅 등의 계정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