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에 바늘구멍 된 코스닥… 올 스팩 상장 승인 '0건'[IPO 시장 위축]
정부, 유망기업 위주 재편 의지
일반IPO보다 기대수익률 낮은
'스팩 합병' 방식 특히 어려워져
전문가들 "제도적 유연성 필요"
정부가 상장기업 옥석 가리기에 나서며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졌다.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상장요건 강화 등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자체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 6곳 중 현재까지 승인을 받은 곳은 0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곳이 도전해 6곳이 상장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도전기업과 성공기업 모두 크게 줄어든 것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명목상 회사로, 공모를 통해 투자금을 받은 날부터 3년 안에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스팩 도전기업과 성공기업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스팩 합병을 위해 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2023년 32곳 △2024년 25곳 △2025년 17곳 △2026년 6곳으로 줄었다. 이 중 스팩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2023년 17곳 △2024년 17곳 △2025년 9곳 △2026년 0곳으로 집계됐다.
스팩 상장이 저조한 배경에는 일반 IPO 대비 낮은 기대수익률이 깔려 있다. 일반상장의 경우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하는 '따따블'이 자주 이뤄졌는데, 스팩은 상대적으로 주가 탄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상장 종목 중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한 종목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4곳, 6곳이었지만 스팩은 한 곳도 없었다. 상장 당일 평균 등락률 역시 일반상장 종목은 △2025년 68.7% △2026년 121.34%이었지만, 스팩은 △2025년 11.35% △2026년 38.40%로 집계됐다. 이에 증권사의 스팩 선호도도 낮아지는 양상이다. '스팩' 및 '기업인수목적' 종목이 예비심사를 신청한 건수는 지난 2024년 28건에서 2025년 14건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9건이다.
IPO 시장 자체가 위축된 것도 영향을 줬다. 상장 예비심사 신청기업은 △2023년 187건 △2024년 191건 △2025년 141건으로 감소세다. 올해의 경우 연초부터 이날까지 81곳의 기업이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금융당국이 '코스닥 질적 성장'을 목표로 상장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이 시행되면서 상장요건이 강화됐다. 공모주 시장을 '유망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코스닥 승강제 도입, 상장폐지 요건 강화 등으로 상장 도전이 어려워졌다. 특히 스팩은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이 도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요건 강화가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거래소 등 당국은 우량한 기업 위주로 코스닥을 재편하려는데 스팩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작다"며 "IPO 시장 자체가 축소된 동시에 거래소의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이 스팩 상장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팩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IPO를 준비하는 데도 통상 2~3년이 걸리는데 현재 스팩의 상장 후 존속기간 3년은 적절한 합병 대상을 찾고 준비하는 측면에서 길지 않다"며 "스팩의 존속기간을 늘리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여러 개의 소형 스팩을 결합하는 구조도 시장 활성화를 부를 수 있다"며 "처음부터 200억~500억원 규모의 대형 스팩을 만드는 것은 부담이 크지만, 100억~150억원 규모의 스팩 2~3개를 합치면 더 큰 기업을 합병 대상으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임상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