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규모만 보던 시대 지나"… 전략 수정하는 국내 CDMO
미국 등 현지 생산거점 확보부터
차세대 의약품 생산역량 중요해져
삼성바이오, 폴리펩타이드 인수
롯데바이오, ADC 앞세워 차별화
글로벌 제약사들이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의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생산시설 확보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미국 등 현지 생산거점,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펩타이드 등 차세대 의약품 생산 역량, 개발부터 상업생산까지 이어지는 서비스가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CDMO를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가운데 셀트리온도 외부 고객사 위탁생산(CMO) 계약이 이어지면서 CDMO 사업을 본격적인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빅파마 시장을 놓고 서로 다른 전략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선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과 지역을 동시에 넓히고 있다. 송도 1~5공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3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생산시설 인수를 마무리하며 한국과 미국을 잇는 생산체계를 갖췄다. 미국 현지 시설을 활용해 북미 고객사의 생산 수요에 대응하고 공급망 리스크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차세대 모달리티로의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스위스 펩타이드 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 그룹 지분 100%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거래가 연말 완료되면 항체의약품 중심이던 사업 영역이 펩타이드 원료의약품으로 확대된다. 폴리펩타이드는 유럽과 미국, 인도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은 '규모의 경제'에서 '멀티모달리티'로 경쟁력을 확장하는 데 있다. 기존 항체의약품에 ADC, 세포·유전자치료제 관련 서비스와 펩타이드까지 더해 글로벌 제약사의 다양한 생산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직접 개발·생산하며 쌓은 제조 경험을 외부 고객사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거점 확보가 핵심이다. 지난해 말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있는 일라이 릴리 생산시설 인수를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릴리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 들어갔다. 계약 규모는 약 6787억원이다.
외부 고객 확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제약사와 약 2949억원 규모의 바이오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최대 3754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릴리와의 계약에 이어 추가 수주가 이어지면서 회사가 밝힌 CMO 누적 수주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생산거점과 ADC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2023년 인수한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를 기반으로 항체의약품뿐 아니라 ADC CDMO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임상 및 상업용 ADC 생산시설을 갖췄으며, 2025년에는 아시아 바이오기업으로부터 ADC 임상시험용 후보물질 생산을 수주했다.
한국에서는 송도 바이오캠퍼스가 성장의 핵심 축이다. 송도 1공장은 총 12만L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시설로 올해 6월 주요 건설을 마치고 사용승인을 받았다. 하반기에는 시운전과 시스템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글로벌 제약사들이 단순히 생산시설 규모만 보고 CDMO 업체를 선택하지 않는다"며 "현지 생산능력과 규제 대응력, 차세대 모달리티 생산 경험, 개발 단계부터 상업생산까지 이어지는 서비스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상희 기자




